다들 그런 적 있지 않나요? 되게 피곤해서 쉬고 싶은데, 쉬기로 마음먹었는데 창 밖을 보니 날씨가 너무너무 좋아서 안 나갈 수가 없는 날. 저는 부다페스트에서 그런 날을 맞이했습니다. 원래 그날 계획은 그저 휴식이었습니다. 오전 내내 밀린 빨래도 좀 하고, 게스트 하우스 침대에 누워서 좋아하는 유튜브나 보다가 점심쯤 나가 볼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창문을 보니 날씨가 너무 좋았습니다. 창문을 열어보니 어라? 어제보다 훨씬 따뜻하네? 진짜 이런 날 안 나가면 유죄다.라는 마음으로 엉덩이를 떼고 침대 밖으로 나갔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제 생각보다 훨씬 날씨가 좋았습니다. 동유럽으로 온 후부터 계속 추운 날씨가 이어졌는데, 이 날 따라 기온도 좀 높고, 바람도 불지 않았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며 근처 관광지를 검색해 보니 '성 이슈트반 대성당'이 나와 그리로 향했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선 채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입장 후 가장 먼저 간 곳은 꼭대기 층이었습니다. 영화에서나 보던 유럽 특유의 나선형 계단을 올라 성당 꼭대기로 올라가 보니 부다페스트 전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천천히 한 바퀴 돌면서 부다페스트를 천천히 둘러봤습니다. 중간중간 공사를 하는 곳도 있었지만, 고층 건물이 적어서 그런지 도시의 모습이 좀 더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돔 건축물이 보이는 곳으로 가 사진을 찍었는데, 날씨가 좋았던 만큼 파란 하늘과 그 아래 펼쳐진 부다페스트의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성당에서 부다페스트의 전경을 보고 내려가면서 만난 한국인들과 함께 점심을 먹은 후 일몰을 보기 위해 어제 갔던 겔레르트 언덕으로 다시 향했습니다. 겔레르트 언덕에서 일몰을 보면서 제가 도시에서 일몰을 본 적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여행을 가면 보통 바다나, 산에서 일몰을 보지, 도시에서 일몰을 이렇게 집중해서 본 적은 없었습니다. 물론 프라하 때 일몰을 봤지만 그때는 아무 인식 없이 그냥 멋진 일몰을 봤다면 이번에는 좀 더 집중하면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서히 해가 지면서 주홍색 빛이 퍼지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그 빛은 빠르게 사라져 갔습니다. 그리고 그 사라진 빛의 자리를 메꾸기 위해 하나 둘 켜지는 도시의 가로등. 어느새 일몰이 아닌 야경을 보고 있었습니다. 프라하와는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광경을 보면서 역시 다시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야경이 유명한 도시에 왔으니 한 번이라도 더 보는 게 옳았던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