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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 Jan 05. 2024

어쩌다 보니 동유럽 #19

오스트리아 : 비엔나 part1

 아침 일찍 찬공기를 맞으며 부다페스트 역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바로 비엔나로 향하는 날이었습니다. 눈으로 덮인 풍경을 지나 도착한 비엔나 첫인상은 '춥다.'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추워졌습니다. 두꺼운 겨울옷이 없어서 히트텍, 셔츠, 니트, 코드, 목도리까지 동원해서 온몸을 감쌌지만 여전히 너무 추웠습니다.

 목도리를 부여잡고 가장 먼저 간 곳은 '쇤부른공정'이었습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전통이 살아있는 궁전으로 천여 개가 넘는 방과, 그중에는 우리에게 유명한 마리앙투아네트의 방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 내부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방에는 금박이 칠해진 물건들이 가득했고, 가구들도 고풍스러워 보였습니다. 이게 다른 박물관 조금 달랐던 점이 있었는데, 보통 박물관들은 전시물들이 종류별로 모여져 있고 진열관 내부에 감싸져 있습니다. 그러데 쇤부른 궁전 내부는 전시물들의 종류가 아닌 방마다 전시물들을 배치해 놨고, 진열관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라이브 하게 전시물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진열관은 없지만, 각 방마다 관리인을 두었기 때문에 보안 문제도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 아쉽게도 내부는 촬영이 허락되지 않아서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관람할만한 가치가 있는 궁전이었습니다.

 저녁에는 비엔나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공연 자체보다는 그 과정이 유독 기억에 남는데, 한국과는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저는 처음에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을 보는 게 막연히 비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 클래식 공연을 보려면 적어도 몇만 원은 지불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매우 저렴하게 티켓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입석이 있었는데 해당 가격이 좌석에 비해 가격 차이가 많이 저렴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마감세일 마냥 공연 시간이 다가올수록 미판매된 티켓을 굉장히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한 4~5유로 가격으로 티켓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좌석에 여유가 있다 보니 공연 전 관계자가 나와 입석에 있는 사람들 보고 어서 좌석 가서 앉으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공연도 재밌었습니다.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클래식 공연을 듣는 건 처음이었는데 들어보니 아는 곡은 익숙한 맛에 좋았고, 처음 들어보는 곡은 색다른 맛에 좋았습니다. 클래식을 잘 아는 편이 아니라서 뭐라 평가하는 게 좀 그렇지만 듣는 제가 마음이 편안해졌고, 기분이 좋았으니 제대로 즐긴 거라고 스스로 평가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곳 사람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이런 공연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게 좀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클래식이 좀 비싼 취미라는 인식이 깔린 거 같아서 쉽게 접하지 못했는데 유럽처럼 좀 더 저렴하게 이런 문화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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