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티슬라바를 거쳐 부다페스트에 도착하니 이미 해가 저물었습니다. 날이 아주 어두컴컴하더군요. 숙소도 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찾아가는 것도 아주 고역이었습니다. 배가 너무 고팠던 저는 우선 유랑으로 식사 동행을 구한 뒤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굴라쉬로 유명한 식당으로 가 한국인 2명과 함께 굴라쉬&맥주를 먹었습니다.
솔직히 맛은 뭐... 그냥 그랬습니다. 막 엄청 맛있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입맛에 안 맞을 정도로 맛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냥 저냥이었습니다. 오히려 맥주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독일과 체코 맥주는 워낙 유명해서 알고 있었지만, 헝가리 맥주는 기대 안 하고 마셔봤는데도 저뿐만 아니라 같이 식사한 한국인들도 '오?'하고 감탄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프라하에서 부다페스트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환전을 안 해왔는데, 동행 중 한 명의 포린트(헝가리 화폐)와 제 유로를 디렉트로 교환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수수료를 아낄 수 있었죠.
식사 후에는 다 같이 야경으로 유명한 겔레르트 언덕으로 향했습니다. 언덕에 도착해 보니 그 유명한 부다페스트의 야경이 쫘-악 펼쳐졌습니다. 처음 바라본 그 모습의 느낌은 '아, 사진이랑 똑같다. 과장이 별로 없구나.'였습니다. 연한 가로등 빛과 회색빛이 공존하는 하늘. 그리고 하늘보다 좀 더 어두운 강과 그 덕에 더 눈에 띄는 대교. 강 너머 펼쳐진 조명들. 파란 모습으로 기억에 남은 프라하와는 전혀 다른 야경의 모습에 잠시동안 멍-하니 넋을 놨습니다. 그리고 그날 따라 바람이 좀 불어서 그런지, 시간이 엄청 늦지도 않았는 데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덕분에 야경에 좀 더 집중할 수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