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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 Dec 15. 2023

어쩌다 보니 동유럽 #8

독일 : 밤베르크

하이델 베르크 방문 다음날, 저는 캐리어를 이끌고 게스트 하우스를 나왔습니다. 목적지는 뉘른베르크. 인터넷 후기들을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뉘른베르크를 중심으로 뷔르츠 부르크, 밤베르크까지 세 군데를 관광하는 경우가 흔했기 때문입니다. 계획 없던 저는 다른 사람들의 여행 계획에 살짝 의지했습니다. 뉘른베르크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을 맡기고 저는 밤베르크로 떠났습니다. 조금 피곤하기도 했지만, 좀 힘들게 움직일 요량으로 몸을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이건 그날 힘듬의 시작이었죠.

밤베르크에 도착하자마자 그곳에서 엄청난 비와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는 준비된 여행객. 작은 3단 우산을 꺼내 비를 막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우산을 펴자마자 바람이 더욱 거세지더니 급기야 우산은 한 번 날아가기까지 하고... 우산 다시 주으러 가는 게 더 힘들었습니다. 비가 생각보다 거세다 보니 우선 비를 피하기 위해 근처 성당으로 들어갔습니다. 비를 피하고 있는 다른 여행객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비에 젖어 있던 제 몸은 조금씩 따뜻해졌습니다. 성당 안을 조금 둘러보니 성당 내부는 은은한 조명으로 감싸져 있었고, 몇몇 분이 기도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국어로 적혀있는 책자가 있었습니다. 잃어보니 밤베르크는 우리나라 경주처럼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로 지정된 도시였습니다. 독일의 베네치아라고 불릴 정도로 운하가 아름다운 도시였고, 무엇보다 세계 2차 대전 시기 폭격을 맞지 않은 덕분에 독일 특유의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글까지 읽다 보니 밤베르크를 더 구경하고 싶은 오기가 생겼습니다. 비가 조금 잦아들자 비바람을 몸으로 맞으며 도시를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광장을 둘러본 후 운하를 따라 조금씩 도시를 둘러봤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오히려 이런 황량함도 좋게 느껴졌습니다. 사람 없는 독일의 도시에서 혼자 비 맞으면서 관광하는 게 뭐가 좋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생각만 해보던 독일의 황량함이 제 눈앞에 펼쳐져 있다고 생각하니 신나기도 했던 거 같습니다. 아, 물론 단점도 있었습니다. 주말인 데다가 비바람이 좀 불던 날씨다 보니 점심인데도 문을 연 식당들이 없었습니다. 배가 고픈 것도 있지만, 맥주를 못 마신다는 게 너무 슬펐습니다. 특히 이곳 밤베르크에서만 판매하는 훈제 맥주가 있다고 해서 정말 큰 기대를 했는데 먹을 수가 없어서 너무 슬펐습니다. 가게를 좀 찾아봤지만 결국 포기하고 다시 뉘른베르크 숙소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밤베르크의 골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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