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알레르기-1

간지러워도, 널 좋아했어

by 그리니 의 창가

복숭아 알레르기

시/ 그리니


털이 보송보송

하얀 솜털 복숭아


하얀 아기 엉덩이 같기도 하고

햇살 머금은 소녀의

볼처럼 발그레한 너


하지만 네 솜털이

살짝만 스쳐도

온몸에 간지러움이 번져

눈까지 붉게 물들고

가렵고 아프고... 그래도


나는 너를

멈출 수 없이 좋아했어


한입 베어 물면

달고 단 향이

혀끝에서 마음 끝까지 퍼졌고


널 좋아하면서도

늘 아파야 했지만


어느새 그 간지러움 마저

익숙함으로 변해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


아마

널 너무

좋아했나 봐


간지러움도,

붉게 물든 마음도

다 너라서 괜찮았어




(이 시는 복숭아 알레르기를 겪었던 실제 경험에서 출발했습니다.

아프면서도, 좋아하게 되는 마음,

익숙함으로 변해버린 감정들...

그것이 결국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마음임을 담고 싶었습니다.

복숭아는 때론 누군가일 수도 있고, 어쩌면 지나온 어느 계절의 나 자신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