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는 프랜차이즈 공부방에서 개인 공부방으로 전환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두 달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제 서서히 마무리가 되어간다. 기대를 가지고 프랜차이즈 공부방을 시작했지만 서늘한 이별이 코 앞이다. 지지고 볶는 여러 사건이 있었으나 죽고 못 살던 연인과 헤어질 때처럼 좋은 기억만 남기련다. 지난 추억은 다 아름답게 기억된다지 않는가?
요즘은 유튜브에 공부방 창업, 홍보, 영어공부방 등을 종종 검색해 본다. 프랜차이즈나 개인 공부방을 가히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분들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서 정보를 나누고 있다.
월 800만 원이니 연봉 1억이니 하는 유혹적인 문구가 눈길을 끌고 홀린 듯 클릭을 유도한다. 아, 소소하게 벌고 여유롭게 살고 싶은 자인데. 그래도 격양된 목소리에 필사의 의지를 다잡고 도움을 받고자 귀를 기울여 본다.
홍보의 방법도 가지가지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 광고(비용이 100만 원이라 해서 바로 포기), 게시판 광고,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등. 수년 전 한 때 심취했었던 블로그를 다시 살려봐야겠다. 블로그 글쓰기는 그다지 흥미가 없지만 블로그를 통한 문의가 꽤 들어온다니 심기일전해서 써 보리라.
인스타그램도 버려두었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은 사진을 올려봐야지. 아차, 동네 맘카페에도 광고가 언제부터 가능한지 확인해 봐야 하고.
‘마치 반백수, 한량 같으나 할 일은 태산이다.’ S는 한숨이 나온다. 한량을 사전에서 검색해 보니 일정한 직사(職事)가 없이 놀고먹던 말단 양반 계층이란다. 아~~~, 세상 부러워라!
그리하여 오늘 공부방 근처에서 가장 단지가 큰 아파트 게시판에 홍보지를 붙이러 갔다. 오랜만에 아침 일찍 일어나 홍보지를 들고 공부방으로 달렸다. 이 아파트는 화요일에만 게시판 홍보를 받기 때문이다.
비 예보가 있었으나 흐릿하기만 하니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관리실에서 이 주 치 비용을 과감하게 송금하고 지하와 1층 36군데에 게시를 시작했다.
어차피 걸어 다녀야 해서 운동을 하는 기분으로 1층에서부터 지하까지 계단으로 움직였다. 1동에서 11동까지 신나게 위로 아래로 하며 홍보지를 붙였는데 이상하게 종이가 많이 남는다.
‘에구구, 통로마다 붙여야 하는데 하나씩만 게시했네. 머리가 나쁘면 손, 발이 고생이라더니만.’ S는 끌끌 혀를 찼다.
계단이고 운동이고 자시고 의욕이 (급) 상실됐다. 다시 1동부터 11동까지 돌아야 한다니. 몇 달 전에도 비슷하게 헤맨 것 같은데 그새 싹 잊어버렸나 보다. 그래도 장당 얼마냐?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다시 한 바퀴를 싹 돌아서 마침내 완료했다. 아침부터 한 시간 반이 넘게 걸었으니 운동은 충분히 되었겠지.
집으로 돌아와서 오후 수업을 가기 전까지 방바닥에 누워서 잠시 쉬었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으니 방바닥에 히터를 켜고 누우면 찜질방 같고 기분이 좋아진다. 한량이 뭐 따로 있겠는가?
오후에 수업을 하러 갔다. 만 삼 년이 넘도록 과외를 하고 있는 우리 사랑스러운 어린이. 성격이 아주 발랄하고 활기가 넘친다. 편의점에 들러 이 어린이가 은근히 요구하던 초콜릿과(하나만 사면 정이 없으니 두 개. 2+1이란다. 앗싸!) 기분이니 오레오 과자까지 더해서 샀다.
아이는 오늘도 이상야릇한 표정으로 중국노래에 맞춘 춤을 추면서 맞아준다. 보자마자 웃음이 나오는 게 대낮에 약주 한잔 걸치시고 막춤을 추시는 아저씨 같다.
기분이 아주 좋은 날인지 한참 신바람 나게 춤을 추고 공부를 시작했다. 읽기, 쓰기보다는 말하기를 좋아해서 학교에서 역할극을 했다면서 몇 문장을 외운 것을 자랑했다.
“와, oo 이는 이제 영어를 참 잘하네. 짝짝짝.”
얼마나 공부했다고 갑자기 급똥이 마려우시다면서 화장실로 달려가셨다. ‘이제 우리 사이가 이렇게 은밀한 대화를 서슴지 않고 나누게 되었구나.’
난감한 사항은 이 어린이는 항상 화장실을 갈 때 문을 활짝 열고 앞에서 기다려달라고 한다. 화장실이 약간 어둡고 으슥하기는 해도 참. 이 어린이는 무섬증이 많은 데 유튜브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보는 걸 즐긴다.
화장실 문 앞까지 끌려가서 때때로 안심이 되도록 대화도 나눠야 한다. 적나라한 배변 소리를 들으며 다정한 말이 오갔다.
“oo 이는 똥싸개네. 요즘 수업 시간마다 가는 거 같은데?” S는 짓궂게 장난을 해봤다.
“아, 선생님 저 한 번만 더 갔다 올게요. 좀 따가워서요.” 아이는 안절부절못하며 몇 번이나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뒤처리를 너무 꼼꼼하게 하셨나 보다. S에게 직접 도와달라고 하지 않으니 다행일 뿐이다.
오전에 아파트 내 유치원에서 대 여섯 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아이들이 단체로 놀이터에 놀러 나와서 현장학습을 하는 걸 봤었다. 초3 어린이도 화장실까지 따라가야 하는데 이 아이들은 그야말로 화장실 뒤처리도 몸소 해주어야겠지. 유치원 선생님들과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님들,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