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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Nov 02. 2023

맥주 한 캔의 위로

홀짝홀짝

S는 저녁 시간, 수업에 없는 날 맥주 한 캔이 간절히 떠오른다. 원래 술을 그리 즐겨 마시지 않는데 최근에 주기적으로 맥주를 마시는 습관이 생겼다.  

    

맥주가 떠오르는 날은 무료한 저녁이 기다리고 있는 때이다. 텅 비어 있는 저녁 시간을 알코올의 기운으로 채워 몽롱한 상태로 현실을 잊고자 하는 심리인가. 마약으로 느끼는 쾌락지수가 다른 어떤 것보다 강한데 음주가 25라면 마약은 150에 이른다고 한다. 마약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가 없는 이유가 확실히 있긴 있다.       


다이어트가 절실한 시점에서 맥주까지 마시는 건 양심에 찔리는 일이다. 검색해 보니 맥주 500mL 한 캔의 칼로리는 대략 220 정도 된다. 밥 한 공기의 칼로리가 300 정도 이니 흐미, 적은 양이 아니다. 마실 때만 조금 배가 부를 뿐 금방 허기가 느껴지는 술이 왜 그리도 칼로리가 높은 건가. 억울하다.      


맥주를 마시는 이유는 뭘까? 술을 마시는 이유는 사람마다 제각각이지만,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다름 아닌 스트레스 해소다. 많은 사람이 심리적 안정감을 얻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의 작용으로 인해 뇌의 기능이 흐트러지는데, 이 덕분에 음주자는 고민과 잡념이 줄어들고 평소 스스로를 옥죄고 있던 강박관념이 느슨해지는 효과를 보게 된다.


으레 공부, , 취미 등 무언가에 몰두하면 그 순간만큼은 괴로운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는데, 음주는 그저 들이마시는 아주 간단한 행위만으로도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 (나무위키)     


나무위키에서 이렇게 명쾌하게 정의를 내려주시니 참 고맙다. 게다가 함께할 상대방이 필요하지도 않고 체력을 요구하지도 않기 때문에 쉽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위락활동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술을 마시는 데는 쓸쓸한 이유가 숨어 있구나. 그래도 혼술을 즐기는 건 알코올 중독의 위험성이 있다고 하니 적당히 마셔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요즘 맥주 한 캔이 떠오르는 건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다는 뜻인가? 일이 많다기보다는 공부방을 어떻게 홍보해 나갈지에 관한 부담감이 있다. 공부방 프랜차이즈를 떠나서 개인 공부방으로 전환했으니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모든 것을 해나갈 수밖에는.


인생은 원래 독고다이. 캔 맥주 하나를 무심하게 집어 든다. 홀짝홀짝.  

    

딱히 선호하는 맥주가 있는 건 아니고 기분에 따라 이것저것 시음해 본다. 요즘은 얼마 전 음식점에서 마셨는데 부드럽고 상큼한 맛이 인상적이었던 벨기에 맥주 스텔라 알토이즈를 즐겨 마시고 있다.


어쩌면 온종일 걸어 다니고 힘든 하루여서 차갑고 알싸한 맥주가 더 맛있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가격이 비싸도 우리나라 맥주보다는 왠지 수입 맥주가 맛있는 거 같다.      


스페인 맥주 전문가 보리스 데 메조네스라는 분도 “카스나 하이트맥주 맛을 보면 질이 떨어집니다. 홉이나 보리를 기준량보다 덜 쓰는 게 확연히 드러나요. 모든 게 세금 때문입니다. 한국 맥주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세금이 붙습니다. 교육세까지 붙잖아요.” 라 하셨다.


그의 말대로 한국 맥주에 붙는 세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맥주에는 제조원가에 주세·교육세·부가가치세 등 세 가지 세금이 붙는다. 이 세금을 다 합치면 세금이 제조원가의 112%가 된단다. 여기에서의 깊은 뜻은 세금을 높게 부과하여 국가적으로도 술을 좀 줄이라고 권장하는 게 아닐까?      


S는 저녁을 먹고 공부방 홍보지를 돌린 후 나른해진 몸을 끌고 편의점에 들른다. 오늘도 맥주 한 캔의 유혹을 떨쳐낼 수가 없으니. 문제는 맥주는 늘 안주가 따라온다는 점이다. 맥주만 홀짝이기에는 심심하므로 짭짤한 감자 칩이나 오독오독 씹어먹을 허니 버터 아몬드를 한 세트처럼 구매한다.      


캔 맥주는 네 개를 사면 할인을 해주더라. 보통 순간적으로 이 할인율에 혹해서, 한데 묶인 이 캔을 집어들 뻔했지만, S는 자신을 다독였다. 한꺼번에 네 캔을 사 들고 가면 더 많이 마시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불안감이 생겨서이다.


술이 술을 마신다고 한 캔을 마시고 알딸딸해지면 한 캔 더 도파민을 추구하는 마음이 불쑥 올라올 것이고 자제력을 잃으면서 한 번에 홀라당 다 마셔버릴 수도 있다. 더는 세상 무서울 것이 없는 이십 대가 아니다!       


S는 일주일에 두어 번 맥주 한 캔으로 만족하자고 다짐했다. 다이어트의 주적인 안주는 포기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안주를 먹으려고 맥주를 곁들이는 것 같은데. S가 이렇게 술타령이나 하고 있는데 한 통의 낯선 이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것저것 마시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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