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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Nov 06. 2023

월 오백만 원의 수입

부럽다

S에게 전화를 거신 분은 한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서 프랜차이즈 공부방을 하고 계시는 분이었다.

매우 적극적이고 기운찬 목소리였다.    

 

“저 근처에 OO 공부방 선생님이에요. 제가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공부방은 그만두신 것 같아서요. 한번 연락드려봤어요.”     


“아, 그러시군요.” S도 뜬금없지만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 선생님, 톡 까놓고 말할게요. 저 나이 육십이 넘었는데 공부방으로 오백 이상 벌고 있어요.” 목소리에 기운이 가득한 건 역시 자본주의의 힘이던가.      


“언제 한번 만나서 이야기해요. 제가 가도 되고 선생님이 방문하셔도 좋고요.”     


전화로 십 여분 정도 대화를 나눴는데 많은 정보가 오가서 직접 만나서 확인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약속을 잡고 시간을 맞춰서 이틀 후에 방문했다.      


과연 선생님은 말씀하신 대로 육십으로는 보이지 않는 젊음을 유지하고 계셨다. 살짝 통통하셔서 주름은 많지 않은 팽팽한 얼굴에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스타일이셨다. 항상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들은 나이보다 젊게 보이는 분들이 많다.      


공부방은 방 두 개에 작은 부엌이 있는 십여 평 정도 될 공간에 책장이며 테이블이 꽉 차 있었다. 보증금 2000에 월세 70만 원을 내고 계시단다. 답답해 보이긴 해도 학생 26명에 월 수업료가 28만 원 정도이고 그 수입에서 교재비를 제외하고 70%를 받는 시스템이니 오백이 넘긴 한다.


월세를 차감해야 하겠지만 주 4일 수업하면서 이 정도라면 꽤 괜찮은 수입이 아닌가?     


다음 주에 휴가를 내고 이탈리아로 8박 9일 여행을 다녀오신다니 즐거운 인생이심이 분명하다.     


선생님의 제안이란 OO 프랜차이즈에서 지금 학생들이 꽤 확보된 선생님이 몇 분 그만두신다고 하니 그 자리를 이어받는 것이 어떠하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주일에 두 번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출근을 해야 하고 끝나면 모임을 한다고 한다. 구성원이 좋고 아주 재밌고 즐거운 시간이라고 하지만 딱히 원치 않는 모임일 수밖에. 기혼 아주머니들만 바글바글한 회사 사람들과 노느니(아이고, 의미없다!) 사진이나 여행 같은 취미 동호회를 들어가는 게 백번 낫지 싶다.   

   

여기는 다단계 같은 시스템을 동원하는지 새로운 선생님을 소개하면 일종의 수수료를 준다고 한다. 이 선생님 또한, 퇴직하고 비슷한 경로로 시작을 하셨는데 그 수수료를 나눠서 받자는 이야기도 하셨다.    

  

‘아 뭔가 꿍꿍이가 있는 듯한 이런 꺼림칙한 시스템 의심스럽다.’ S는 또 의문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이미 자리를 잡은 공부방을 인수한다는 것에 혹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번 주 한 명의 학생이 가까스로 들어오긴 했으나 아직 학생 모집이 요원해 보인다.


그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이 주변의 상권도 별로란다. 이미 꽤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계시는데 혹시 한 명의 어리바리한 경쟁자를 미리 물리치려는 의도인가?  

   

‘에구, 일단 더 마음에 인내심을 가지고 운영해 보자.’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 S는 오늘도 술이 당긴다. 크아~

돈이 다 무슨 소용인가? 에헤라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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