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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Nov 13. 2023

매일 통화

연애란 이런 것인가

S는 만남에 있어서 단도직입적이다. 뭐 대부분의 일에 별 고민 없이 번개같이 잘 뛰어드는 편이지만 사람이란 또 대면하여 만나 봐야만 진정으로 알게 되는 게 아닌가?      


첫날 카톡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주말에 만날 약속을 잡았다. 인생은 짧으나 예술은 길다(히포크라테스). 그러니 짧은 인생에서 하고자 하는 일은 너무 오래 미루지 말고 해야 한다는 지론.


M은 주말 아침에도 모임에 가서 마라톤을 뛰고 오셔야 한다고 저녁에 만나기로 했다. 마라톤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을 달래며 모든 난관을 극복하시는 분이었다.      


“가을이 싫죠. 너무 힘들게 해요. 밤은 길기만 하고 ㅎ” M은 독수공방 삶의 푸념을 시작했다.      


“ㅎㅎㅎ 밤이 길다. 모든 걸 함축하는 문장이로군요.”


S도 딱 한 번 만난 분과 이런 야릇한 대화를 나눠야 하나 싶었지만 늙어가는 독수공방 싱글로서 끈끈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맞장구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게요. 그럴 땐, 저는 뛰어요. 오늘 새벽에도 비 맞고 뛰었답니다.”      


“ㅎㅎ 저도 한번 뛰어봐야겠네요.”      


S는 그럴 생각은 그다지 없었지만 계속 마라톤 이야기를 들으니 그 매력이 궁금해지기는 했다. 차마 마약은 할 수 없으니 러너스 하이라도 느껴볼까? (30분 이상 뛰었을 때 밀려오는 행복감.


헤로인이나 모르핀을 투약했을 때 나타나는 의식 상태나 행복감과 비슷하다. 다리와 팔이 가벼워지고 리듬감이 생기며 피로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힘이 생긴다/나무위키)     

 

“제가 쫌 건강해요. 회춘!!”     


“나이보다 한 5살은 동안이십니다!^^” S는 처음 모임 자리에서 최연장자였던 그의 나이를 듣고 실제보다는 어려 보여서 놀라긴 했다.   

   

“고마워요. 외면적인 나이도 그렇지만 건강은 더해요. 그러니 더 힘들고요. S 씨도 예뻐요.”

(고마해라. 내도 잘 안다. 하루 이틀 듣나?)     


“아이고, 건강이 최고죠.”     


“아니 그 건강 말고요. ㅎ 다른 건강 ㅎ.”    

 

“뭐, 은유법이랄까요?”


S는 문득 민망해지려고 해서 슬그머니 말을 돌렸다. M은 모임에서 술 마시고 왔다고 하더니 취기가 남았는지 점점 더 이상한 길로 빠졌다.

     

“많이 취하셨어요? ㅎㅎ”


“ㅋ 에고 죄송요.”     


이렇게 19금 근처를 배회하는 대화를 잠시 나누다 제자리로 돌아왔다. 노년을 향해 달려가는 지천명의 나이에 19금이 문제런가?      


처음 카톡으로 연락을 한 날, 한 시간 정도 통화를 하고 매일 연락이 이어졌다. 일과 중에는 카톡을 주고받고 수업이 끝나고 돌아온 밤에는 통화했다. 첫날은 한 시간, 둘째 날은 두 시간, 셋째 날은 S가 쓰러져 자는 바람에 넘어가긴 했지만, M은 아쉽다고 문자를 보냈다.      


M의 MBTI를 물어보니 그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한번 검사를 해보시라 테스트 링크를 보냈다. 그는 파일을 보내기가 무섭게 냉큼 검사를 마치고 결과지를 보내줬고 ISFJ(용감한 수호자)라 나왔다. S는 이 성향에 관해서 언제나처럼 각종 채널의 연구에 들어갔다.      


“결과 보시고 만족하지 못하면 더 준비해서 꼭 합격할게요. ㅎ”


S는 그의 순진한 말에 웃음이 나왔다. MBTI가 무슨 수능 시험도 아니고 합격, 불합격이 있다는 건가?     


“그런 거 없어요. 타고난 성격인데요.”     


“맞는 부분이 맞네요.”     


“네 그래서 재미있는 거예요. ㅎㅎ” S는 그가 이 방면에는 영 문외한인 것 같은데도 관심사에 동조를 해주는 부분이 좋았다.      


“다시 도전해서 비슷한 성격으로 만들어야 하나. 결과는 안 좋게 나왔나요? ”     


“안 좋은 결과는 없어요. 그 사람의 성격을 이해하고자 하는 검사예요. ㅎㅎ”     


그는 매우 소심한 면이 있는 성격이어서 마음이 있어도 여자분에게 먼저 만나자고 하는 일이 없다고 했다. S가 명함을 받아주고 먼저 연락을 해줘서 고맙다고 하면서. S의 좌충우돌, 직진 본능 인생은 이제야 수줍은 꽃을 피우게 되는 건가?     


그들의 카톡과 전화는 알콩달콩 이어져 갔지만, 이 둘의 만남에는 처음 모임에서 함께 만났던 K라는 여인이 한 명이 더 끼어있었다.           

가을이 이렇게 떠나가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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