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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Oct 30. 2023

커피와의 간헐적 이별

헤어질 순 없어!

카페에 들르기를 참 좋아하는 편이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카페는 늘 가는 공간이지만 혼자라도 무료하고 집중이 되지 않는 날은 노트북을 들고 카페로 향한다. 나만의 공간인 집에서 깊은 물 속으로 가라앉는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행동이다.


방바닥과 이별하고 밖으로 나선다. 카페에 가서 쓸 거리가 있으면 마음이 살짝 고조되고 흥분되기도 하기에.   


카페라는 장소는 집보다는 집중력이 높아진다. 불편하지 않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다른 사람들의 생동감을 느끼거나 흥미진진한 대화를 우연히 엿들을 수도 있다. 때로는 그 내용이 관심을 끌면 받아 적어보거나 그 사람들의 외모나 말투를 묘사해 본다.      


이렇듯 참새가 방앗간을 드나드는 것처럼 카페는 하루가 멀다 하고 드나드는 장소이다. 카페에 들어설 때 주문하고 싶은 음료는 단 하나 언제나 커피다. 여름에는 가끔 팥빙수에 밀리기도 하나 엄연한 가을이 왔으니 따뜻한 아메리카노의 계절. 카페 안은 이미 유혹적인 커피향으로 가득하여 커피를 원하는 사람의 후각을 자극한다.      


게다가 다른 음료는 정도만 다른 뿐 대부분 설탕이 포함되어 있어서 당분을 되도록 멀리해야 하는 자로서는 곤란하다. 케익은 척척 주문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음료만이라도 단 것은 피하고 싶다. 일말의 양심이자 건강 관리 차원으로.     


커피는 다행히도 아메리카노를 가장 좋아하는데 칼로리마저 없다. 그러니 커피가 가장 안전한 선택지인 것이다. 커피의 쓰디쓴 맛은 미각을 자극하고 몸 속에는 카페인을 채워서 정신을 깨워주는 효과가 있다.


늘 기력이 달리므로 커피가 필요하다. 감기를 뚝 떨어지게 하는 비타민 수액을 맞는 것처럼 커피 수혈이 필요하다! 굶주린 드라큘라가 인간의 피를 갈구하는 것처럼.      


하지만 슬픈 사실은 요즘 커피를 마시면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커피의 카페인이 원래 양의 반의 반 정도로 분해되려면 보통 열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니 밤 잠을 쉽게 이루려면 아침이나 이른 오후까지만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규칙이 생긴다.


의사 샘들의 말로는 하루 한잔이나 두잔 정도가 하루의 카페인을 채워주고 딱 적당한 양이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신진 대사가 느려지고 카페인 또한 분해에 시간이 더 걸리나보다.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굳이 따져가면서 마시지 않았는데 이제는 저녁 시간에 커피를 마셨다가는 밤을 꼴딱 새는 일까지 생긴다. 고등학생 때는 공부를 하겠다며 자판기 믹스 커피를 마시면서 잠을 쫓으려 해도 어김없이 숙면에 빠져들곤 했건만.      


아무리 커피를 마셔도 일어나 보면 다음날 아침이 훤히 밝지 않았던가? ‘아, 망했구나.’ 싶은 섬뜩한 절망의 순간. 이팔청춘에는 불면증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다.     

 

이제 어찌할 도리없이 나이가 든 걸 또 인정해야 하는 때가 왔다. 혹시 믹스 커피가 아메리카노 보다는 카페인 함유량이 적어서일까? 하지만 크림은 또 건강의 적.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날 일이 없으면 조금 안심이 되지만 수면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새벽녘에 갑자기 각성이 되어서 눈이 반짝 떠지기도 하고. 프라이팬에서 노릇하게 구워지는 생선처럼 이리저리 뒤척여도 다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잠이 가장 잘 올 만한 책을 읽어주는 유투브를 켜 놓고 떠나가는 잠을 달래서 다시 붙잡아 놓느라 애를 쓴다. 이러느라 몇 시간이 훌쩍 지나면 동창이 환히 밝아온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하루 내내 정신을 차리지 못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느냐 없느냐는 주된 화두가 되었다. 저녁 시간에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민트 루이보스 티를 선택할 때도 있다. 내일의 안녕을 위해서 저녁의 나른함을 단박에 끌어 올려줄 커피 한잔을 포기하고서.      


이 글을 쓰면서 커피에 관해서 몇 가지 조사를 해봤다. 어떤 전문가는 커피가 항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다른 분은 발암 물질이 들어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나?


커피가 항산화 작용을 하며 간 기능을 도와주고 당뇨를 예방하고 장수한다는 의견에 한 표를 주고 싶다. 다른 분은 커피 뿐 아니라 참기름, 들기름, 붉은 고기까지 발암 물질이 있다고 하시니 채식주의자에 가까움이 분명하다.

     

불평을 내려놓고 오늘 한 잔의 커피를 소중하게 마셔야겠다. 원래 귀한 것은 아껴서 조금씩 먹어야 하지 않는가? 한 잔의 그윽한 커피의 향과 맛을 한 모금씩 깊이 음미하련다. 커피 한잔에 만족하는 하루!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아침에 차나 커피를 한 잔 마셔도 카페인의 효과가 낮 동안 지속되고, 한 잔 더 마실 경우는 설사 이른 오후에 마셨더라도 저녁에 잠들기 어려울 것이다.

- 매튜 워커 ‘우리는 왜 잠을 자나(Why We Sleep)’

내 사랑 커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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