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의 사주에는 역마가 있다고 한다. S는 이 역마가 있다는 말이 듣기 좋았다. 한동안은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방학의 큰 즐거움이었으니 역마를 타고 더 멀리멀리 자주 나다니고 싶을 뿐.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 소리만 들어도 조만간 탈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 마음이 설렜다.
해외를 그리 자주 다니진 못하더라도 새로운 장소를 가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 S의 블로거 생활은 찰떡같이 성향에 맞았다. 문제는 파워 블로거가 아니라 광고 회사에 접수해도 아주 고급스러운 음식점에는 발탁이 되지 않는다는 거. 하지만 뭐 어떠랴. 소소한 음식점이나 카페는 선정이 되어 일주일에 두 번씩도 가게 되었다.
여기에는 S의 마음 먹으면 바로 실행하는 질주 본능도 한몫한다. 그동안 S는 다양한 블로그 광고 글을 써 봤다. 마사지 숍, 속눈썹 연장 및 펌, 미용실, 음식점, 카페를 거쳐 동화책, 각종 참고서, 영어 회화 앱 등등.
블로그도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글을 올려야 더 노출이 잘 되고 전문가로 인정을 받아 블로그 지수도 올라가고 한다던데. S는 관심사가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고 늘 색다름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블로그 지수고 뭐고 취미 생활인데 뭐 어떠한가. 쥐꼬리만큼 나오는 애드 포스트 광고 수익은 잊은 지 오래고.
점심을 먹으러 취재하러 가려면 동행인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 혼밥도 개의치 않지만 그래도 정황상 혼자는 좀 그렇다. 그것도 주변에 사는 지인을 하나씩 불러가면서 해결을 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그 음식점의 주인들이 꽤 냉담하다는 점이다. 물론 부담스러울 만큼 친절한 분도 간혹 있으나 대부분이 소 닭 보듯 한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으나 차차 이도 받아들이게 됐다. 가게 주인으로서는 광고비를 이미 지급했고 그 대가로 오는 직원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그러니 을의 처지인 건가?
지난주 화요일에도 지인을 픽업하여 초대권을 받은 삼겹살집으로 갔다. 처음 가니 찾기가 어려워 다른 건물에 주차하고 말았다. 주차는 내버려 두고 건물 귀퉁이에 있는 장소를 찾았다. 들어가서 OO 회사의 초대권을 받았다는 걸 직원으로 보이는 분에게 알렸다. 여자분이 머뭇거리는 걸 보니 베트남 근방에서 오신 것 같고 무슨 소린 줄 못 알아들은 것 같았다.
“사장님은 어디 계세요?” 하고 물으니 주방에 있던 사장님이 빼꼼히 얼굴만 내민다. 재차 어떤 용건으로 왔는지 알리니 “아, 예. 앉으세요,” 짧게 말하고 다시 제 할 일을 하신다.
텅 빈 넓은 음식점 안에 손님이라고는 남자 손님 한 분과 우리 일행 둘 뿐인데 어쩌면 저리 모른 척일까? 하지만 자주 경험하는 바라 신경 쓰지 않았다. 대부분이 갓 개업을 하셔서인가 서비스 정신이 부족한 분들이 많다.
개의치 않고 할 일을 다 했다. 가게 외, 내부 사진, 무료로 제공하는 어묵과 셀프로 하는 계란 후라이, 벽에 걸린 주류 사진 등 착착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이십 군데가 넘는 곳을 리뷰했으니 기계적으로 손이 움직일 수밖에.
날씨가 추워져서 삼겹살에 묵은지를 넣고 푹 끓인 김치찜이 당겼다. 보글보글 끓이면서 부드러운 고기에 새콤한 김치를 싸서 먹으니 밥 한 공기 뚝딱. 맛있으면 다 용서가 된다. 그러니 욕쟁이 할머니 집도 성공하고 하는 건가?
광고 회사의 초대권에는 블로거가 가게를 평가하는 난도 있다. 후하게 만족 난에 표시하고 ’맛있음‘ 한 마디를 적었다. 주인장이 너무 냉랭하지만 무조건 맛있음. 이 물가가 계속 상승하는 팍팍한 시대에 밥 한 끼가 어딘가? 오늘의 미션 클리어! 이제 돌아가서 블로그에 쓸 글을 정성껏 작성하면 된다. 잘 먹었습니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