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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피싱 같은 LG와 SK 영업방법

속지 마시라~

by 사각사각

한 달쯤 전이었다. LG 인터넷 담당자라며 김재O 이라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7년 이상 장기 이용고객이라서 할인 혜택을 드리겠다는 것. 얼핏 다른 사이트에서 읽었던 내용이 기억이 났다.

인터넷 사용 기간이 끝나고 옮기겠다고 하면 할인을 해준다는 내용. 하지만 굳이 옮기고자 하는 생각이 없는데 그렇게 해야 하나 하고 넘겨버렸다.

담당자는 아주 친절하게 안내를 했다.


“고객님께 인터넷 비용할인을 해드릴 텐데 신규로 가입이 되셔야 해요. 그래서 SK로 일 년 동안만 옮기시고 재가입 해주시면 2만 원대로 비용을 낮춰드릴게요. O 마트 상품권 13만 원과 22만 원은 현금으로 송금해드립니다.”


여기서부터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어야만 했는데... 할인을 해주려면 곱게 해줄 것이지 장기 이용고객에게 다른 통신사로 잠깐 바꿨다가 다시 오라는 것은 뭔가.


이후부터 구구절절한 절차가 시작됐다. 마치 아바타를 다루듯이 하나하나 단계별로 이루어진다. 보이스 피싱과 비슷한 수법이다. 같은 LG의 직원이라면서 고객이 직접 전화를 해서 해지를 해야 한단다.


해지할 때 직원이 방어할 테니 절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거듭 주지를 시키면서.


이상하긴 했다. 여기서 멈춰야 했는데... 35만 원 혜택에 눈이 멀었다.


시키는 대로 해지한다고 하니 담당 직원이 독립운동 결사 항쟁을 하듯 막았다. 결국에는 2만 원대로 사용료를 낮춰줄 테니 절대 해지만은 하지 마시라 난리였다. 엥~ 그렇다면 통신사를 바꾸는 수고를 할 필요가 있을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통화에 이게 무슨 짓인가 싶었으나 언성을 높여가며 해지를 하겠다고 했다. 이미 김재0 팀장이 수수료도 전부 보상을 해주겠다고 하여 해지 수수료 45만 원을 감수하겠다고 하며.


해지가 됐다고 문자를 보내니 김재0 팀장은 또 부리나케 SK 담당자에게 연결을 해줬다. 수수료는 어떡하냐고 했더니 한 달 후에 모두 입금해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시란다.


한 달 후? 너무 길다며 이의를 제기했더니 절차상 순서대로 입금해줄 수밖에 없단다. 통화하다가 지쳐서 동의했다. 그리고 통신사를 바꿨다.


그러고 나니 며칠 후 다시 전화해서는

“저 고객님 근데 통신사 설치 수수료 8만 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쩌고저쩌고….”

드문드문 수차례의 통화를 하고 살짝 말을 바꾸어 헷갈리게 하면서 나중에 항의를 할 때 들이댈 증거로 녹취를 하는 것이 그들의 수법이었다. 고객은 그사이 지쳐 나가떨어지게 된다. 할인이고 뭐고 바쁜데 전화를 받는 것이 더 피곤하다.


그리하여 결국 한 달여가 지나서 보상팀이라는 곳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그동안 곰곰이 생각해보니 LG와 SK 두 곳의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또 다른 유령 회사 직원이 김재0 팀장인 것이었다.


기가 차는 건 이 두 대기업 회사가 이걸 묵인해주면서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 이것이 바로 '부당 거래' 아닌가? 장기 고객을 이리 저리 돌리며 험하게 대우해도 되는 건가? 여기에 보이스 피싱처럼 속은 것이 분하고 분했다.


“고객님 저희가 처음에 드린 금액에서 해지 수수료가 포함되었다는 건 들으셨죠? 그래서 15만 원은 제외하고 송금해드리는 거 인지하시나요?”

이쯤 되면 처음 들은 35만 원에서 절반으로 혜택은 줄어드니 고객은 화를 낼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김재0 팀장은 분명 옆에서 같이 다정하게 일하는 것 같은 보상팀 직원을 방패처럼 내세운다.


맞다. 여기서 폭발하고 말았다. 문자로 이 모든 불법행위와 불편함에 대해 따져 물으니 고객님이 손해 보신 것(돈)은 없지 않냐며 맞섰다. 돈도 돈이지만 너희에게 놀아 나는 게 더 기분이 상한다.


진짜 LG직원이 맞느냐, 캄보디아 보이스 피싱 뉴스 못 봤냐, 젊은 사람이 똑바로 살아라 등등 격분하여 문자를 보냈다. 단언코 아니란다. 대체 어디가 보이스 피싱이랑 다른 건가?


직원이 아니라면 고객 정보 유출까지 하는 것이니 점점 분노 게이지가 올라갔다. 아~ 혈압 때문에 고이고이 눌러놓은 화가 단번에 분출 직전.


결국, LG 홈페이지에 이 과정을 낱낱이 적어 항의했더니 김재0 팀장은 민원을 취소하면 수수료를 보내겠다며 조건을 걸어 또 화를 돋웠다.


끝까지 보상팀이 어쩌고 자기는 상관이 없다고 핑계를 대더니 민원 한번에 주말이 지나 바로 송금을 했다. 너무 화가 나서 국민 신문고에도 소상하게 올릴까 궁리 중이다. 아무 죄도 없는 선량한 고객들이 이런 우롱을 당하면서 피해를 보는 건 막아야 하지 않는가?

결국, 가까스로 15만원 제외하고 눈물겨운 송금을 받긴 했다. 이로써 얻은 교훈은 ‘눈먼 돈을 쫓지 말자.’ 수차례의 속 터지는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통화에 스트레스로 혈압이 상승하고 화가 부글부글 끓어서 수명만 단축된 듯하다.


아~ 장수의 꿈은 저멀리! 세상에 공짜로 주는 눈먼 돈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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