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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줄 수 있는 사람

어렵다。。

by 사각사각

정원을 가꾸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참가했다. 모임장님의 집에서 모였는데 처음 가본 모임장님의 정원은 감탄이 나올 만큼 멋진 곳이었다. 개인의 정원이라기보다는 어느 국립 공원 정도의 규모로 산 하나를 아우르는 장소.


알록달록 가을이 깊어가는 정원을 모임 회원분들과 걸었다. 군데군데 아직 얼굴을 환희 들고 있는 들꽃들. 조그마한 연못 같은 장소에는 하얀 배 모형도 하나 떠 있다. 붉은 단풍과 푸른 물과 하얀 배의 조화가 얼마나 아름답던지.


다들 입을 모아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이 정도면 입장료를 받아도 되겠다. 사진을 남기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곳을 가꾸느라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들였는지도 느껴지고.

한 바퀴 상쾌한 정원 투어를 마치고 카페같이 넓은 공간에 모여 앉았다. 이제 두세 번 정도의 짧은 모임만 있었기에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오랜 교직 생활을 하시고 상담사로 일하셨다는 부 회장님이 능숙하게 모임을 이끌어 가셨다.


모인 분들은 거의 스무 명. 한 명씩 돌아가며 소개를 하자면 한 시간도 모자를 지경이다.

“자 3분씩 소개하기로 해요 .”마냥 길어지는 소개 때문에 중간에 모임 장분이 주의를 환기하여도 어찌나 개인 소개가 길어지던지.


요즘 사람들은 나를 알리는 데 매우 열정적임을 알게 됐다. 자기 홍보의 시대라더니 단 한 분도 3분 안에 소개를 마치는 분이 없었다. 시간을 재는 모래시계라도 하나 가져다 놓고 싶은 기분.

대부분 전업주부이고 퇴직을 하셨고 시간이 여유로우시다. 소개 시간이 아무리 길어진다고 해도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 자기소개에 이은 유럽, 아프리카, 남미 여행, 결혼한 자녀 이야기까지 도대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소개가 이어졌다. 자기 소개라기보다는 우리 가족 소개?


오후 수업 시간이 빠듯한 S는 어디쯤에서 양해를 구하고 나가야 할지 초조해졌다. 소개만 마치면 급히 가려고 했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들.


3분 안에 나를 소개하는 것도 기술이 필요한 것 같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다른 사람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도 중요하다. 타이머를 켜서 시간을 조절하여 소개를 마치고 나머지 시간은 소그룹 활동을 하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다. 듣는 사람의 지루함도 상당하지 않은가?


나이가 들어가면 말이 더 많아지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평소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지다 보니 S는 말을 길게 하는 게 더 힘이 든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주고받고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듣는 쪽에서는 지루해지기에 십상인데.


자기소개 시간을 통해서 부족한 인내심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의견이 분명하고 간결하며 다른 사람의 말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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