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미운 오리로 살겠소

어른들을 위한 동화

by 사각사각

미운 오리는 가족들에게는 착하고 똑똑하고 예쁜 첫째 오리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얌전하게 엄마를 도와서 집안 청소를 하거나 시장을 갈 때도 같이 갔습니다. 학창 시절에도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고 대학을 졸업 하여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학교나 주변 사람들은 미운 오리를 못마땅하게 여겼고 사고가 특이하다고 했습니다.

"미운 오리야, 넌 보통의 한국 오리와는 좀 다른 것 같아."

이런 아리송한 말을 종종 들었습니다.

"세상 오리들은 모두 다르게 생겼고 가치관과 행동방식도 달라. 이건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거지 비난받을 일은 아니야.' 미운 오리는 때로 마음이 외롭기도 했지만 당차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외국 오리들과 어울려 다니거나 몇 년에 한번씩은 훌쩍 멀리 여행을 떠나곤 했습니다.

자유를 만끽하는 중인 미운 오리 ^^

미운 오리는 점심 시간에 혼자 밖으로 나와서 점심을 먹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산책을 하는 시간이 수업이나 업무 중의 스트레스를 풀고 다시 마음을 가다 듬을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부서의 오리들이 모두 함께 밥을 먹으러 가는데 혼자 나와서 점심을 먹는 시간이 즐겁기만 했습니다.


미운 오리는 항상 고민이었습니다. "한국 오리의 전형적인 모습이란 무엇일까? 나는 다른 오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고 할 수 있는 한 모든 일을 다해주고 싶은 데 왜 그들은 내 뒤통수를 치고 험담을 하는 걸까? 내 앞에 와서 얘기한다면 난 얼마든지 열린 마음으로 듣고 답변해 줄 준비가 되어 있는 데 말이야."

미운 오리는 어른 오리들보다는 아이 오리들과 더 가까웠습니다. 가끔은 담을 할 겸 하여 아이 오리와 함께 밖으로 나와서 점심을 먹기도 했습니다. 순수한 아이 오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해심도 늘도 고민도 줄어들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미운 오리는 계약직으로 일하던 학교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미운 오리는 마음이 아팠지만 십 수년 동안 이곳저곳 떠돌며 근무하던 학교를 영영 떠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에 과외 교사가 되었습니다.

어느 해 치명적인이러스가 퍼져서 오리들은 더 이상 무리로 모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서는 혹시 바이러스에 걸릴까 서로를 경계하며 집에서 고립되어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더욱 더 혼자가 된 미운 오리는 로운 마음을 달래고자 날마다 집 근처 호수를 산책하기 시작했습니다.


호숫가 풀 숲에서 까만색 등과 흰색 배를 가진 고양이가 나타났습니다.

"까만 턱시도 고양이야. 나와 함께 우리 집에 가지 않을래? "

고양이는 말했습니다.

"아니. 나는 자유롭게 자연에서 혼자 사는 삶이 좋아."

"외롭고 배고프고 춥지 않니?"

"그렇긴 하지만 이 삶에 익숙해져 가고 있어. 추운 밤에는 따뜻하게 잘 수 있는 장소도 찾았고 가끔 먹이를 챙겨주는 사람들도 있어. 그리고 노란색과 얼룩무늬를 가진 고양이 친구들도 만났단다. 우리는 늘 거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함께 어슬렁거리고 다니며 먹이를 찾아다니거나 호숫가에서 물을 마시기도 해. 난 괜찮아."

미운 오리는 고양이를 만난 이후 고개를 주억거리며 혼자 사는 것이 더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날마다 산책을 하면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색색깔의 꽃이 피어나고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아침이면 제일 일찍 집을 나와서 여념없이 꿀과 꽃가루를 모으는 벌도 만났습니다.

"부지런한 벌아, 너는 가족들과 함께 사는 삶이 어떠니?가끔은 독립하여 살고 싶지 않니? "

"나는 벌통 안에서 가족들과 북적이면서 살고 밥도 나눠 먹고 잠도 함께 자는 게 행복해."


'세상에는 여러 방식으로 살아가는 방법이 있구나. 각자의 성향에 따라서 누군가는 홀로, 누군가는 함께 사는 삶을 선택하는 거군.' 미운 오리는 새삼스럽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느 날은 공원 한쪽에서 가지가 잘려져 짙은 갈색빛으로 썩어가는 나무를 만났습니다. 미운 오리는 푸른 초목 사이에 쓰러진 힘없는 나뭇가지를 보고 문득 살아 있다는 것이 덧없고 서글퍼졌습니다.

"나무야. 너는 푸른 잎을 매달고 반짝반짝 빛나던 시절이 애타게 그립지 않니? 어떻게 신음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서서히 분해되어 묵묵하게 땅속으로 스러져 가고 있는 거니?"

나뭇가지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그건 말이지, 나는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살도 충분히 즐기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온 몸을 맡기고 흔들며 세상에 아무 미련없이 살았기 때문이야. 어느 날 사람들이 와서 전기톱으로 가지를 잘라내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툭 땅으로 떨어졌지만 난 더 이상은 슬프지 않단다. 살아있는 동안에 원하는 만큼 햇살도 바람도 충분히 즐겼거든."

'아~그렇구나. 나무처럼 살아 있는 동안은 바람에 흔들리고 까르르 웃고 춤을 추며 살아야 겠어.' 미운 오리는 결심했습니다.


미운 오리는 날마다 걸으며 꽃, 나비, 구름 등 온갖 자연의 만물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더 이상 왁자지껄한 오리 무리에 들어가지 않아도 삶은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가끔은 호숫가의 흰 오리 두 마리가 다정하게 수영을 하고 있는 걸 보면 문득 마음 한편이 허전해 지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면 푸드덕거리며 날아서 가까이에 사는 엄마 오리와 동생이 있는 집에 다녀오곤 했습니다.

엄마 오리와 동생은 언제나 반가이 미운 오리를 맞아주고 비 오는 날 신선한 상태로 잡아 놓은 통통하게 살이 오른 지렁이와 신선한 야채를 정성스럽게 밥상에 올리곤 하였습니다.


미운 오리는 이제 더 이상 외롭지가 않았습니다.

평범한 일상이 주는 온전한 편안함과 기쁨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날마다 조금씩 호수 주변의 기둥 위로 날아오르며

바이러스가 떠나간 언젠가는, 더 먼 세상으로 날아가는 꿈을 꾸었답니다.

백조가 될 이유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