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카페를 만났을 때

단지 마카롱 때문인지도

by 사각사각

수업까지 시간이 두시간 정도 남아 있었다. 점심을 먹고 집에 있으니 나른해지고 졸음이 몰려온다. 배부르면 바로 또 졸린 단순무식한 인간 같으니. 잠깐 낮잠을 잘 것인가 일찍 나가서 카페에 들를 것인가? 잠을 짧게 자는 편이 아니고 집에 있자니 몸이 늘어지는 것 같아서 일단 일으키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일주일 여 전 우연히 발견한 카페에 가고 싶어졌다.


카페에 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레어 룰루랄라하며 발걸음도 가볍게 길을 나선다. 일하러 가지만 겸사겸사 놀러가는 것으로 뇌에 착각을 주는 방법.


이 카페는 수업 시간이 남아서 아파트 주변 상가를 돌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서 들어오게 되었다. 카페 내부에는 마음까지 덩달아 차분해지는 잔잔한 클래식 피아노나 기타의 선율이 흐르고 있다. 규모도 테이블이 네 줄 가량 있으니 동네 카페치고는 꽤 넓은 공간이다. 아파트촌인데 의외로 손님은 많은 편.


노트북을 가져와서 작업을 하는 직장인 같은 분, 주변 아파트에 사는 주부들, 혼자 커피와 디저트를 놓고 즐기는 분 등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이 카페는 예쁜 색깔의 도자기 잔에 커피를 준다. 기분까지 밝아지는 노랑이나 핑크빛 찻잔에 커피는 적당히 씁쓸하고 구수하다. 바리스타도 아니니 커피맛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어쨌든 입맛에 맞는다. 묽지도 진하지도 않은 적당한 농도.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곳에 끌리는 이유는 마카롱이 예술이다. 쭈루룩 늘어선 색색의 마카롱 중에 매일 하나씩 다른 맛을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오늘 고른 것은 라즈베리 라임맛이었는데 그 이름도 복잡하여 기억하기 어렵지만 라즈베리 씨가 간간히 씹히고 라임의 상큼함이 어우러져 입 속에서 신맛과 단맛이 손을 잡고 덩실덩실 춤을 춘다.


마카롱도 그다지 잘 모르는데 먹방을 자주 봐서인지 꼬끄(빵 부분)가 쫄깃하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이제 먹어보고 알게 되었다. 마치 찹쌀이 들어간 것처럼 빵 부분이 쫀득하고 입에 착착 붙으며 씹는 맛이 있다. 아~단 세 입이면 끝나는 마카롱과의 아쉬운 만남과 이별. 그래도 만년 다이어터로서의 양심은 있으니 하나만 먹는다.

마카롱은 사랑 ♡

마카롱은 십수 년전에 파리에 일주일 정도 여행 갔을 때 먹어본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참 신기하게 생긴 알록달록한 빵이 있구나.' 싶어서 거리를 걸어가다가 들른 동네 빵집에서 무심코 개를 골랐다. 당시에 느낀 마카롱의 맛은 달기만 하고 퍼석거리며 그저 그렇다 라고 생각했다.


이제야 마카롱을 다시 새로이 만나게 되다니. 이래서 사람은 모든 사물과 인간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 마카롱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파스텔 톤의 색과 강렬한 달달함으로 피곤한 오후 시간에 다시 살고 싶게 만들어주었다.


카페에 한달 동안 방문할 돈을 모아 주식을 하라는 둥 집을 사라는 둥 하는 글들을 종종 보았다. 왜 현재에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소소하고도 보장된 즐거움을 한참이나 뒤로 미루어 불안하고도 불확실한 미래를 사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커피값이야 요즘 한잔에 오 천원도 채 하지 않기 때문에 삼 십 일로 계산해도 십오 만원밖에 안 나오는데. (헉~아주 적지는 않구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지만 오늘의 하루 한잔 커피가 주는 온전한 기쁨은 포기할 수 없다!)


오후의 카페는 심심한 마음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고 카페인을 채워주고 당도 끌어 올려주고 조용히 책도 읽을 수 있는 심히 아름다운 공간이다.

나는 주식 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오늘 카페에서 달달한 마카롱 하나를 음미하고 커피를 마시고 에너지를 충전해서 더 가열차게 돈을 벌어 보겠노라. 과연 가능할지는 의문이고만? 인생 뭐~오늘 잠시 즐거우면 됐다.

카페에서 만난 책. 또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