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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연 Jan 01. 2023

2022년 회고하기

소중한 한 해를 고해상도로 기억하는 법

회고하지 않고 교만하게 지낸 날들 

    나는 연말즈음이 되면 사람들이 갑자기 진지하게 한 해를 돌아보며, 한 해 벌어진 무엇인가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동들을 조금은 염세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한 해동안 벌어진 결과나 과정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결론 짓는 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는 끊임없이 연속적으로 흐르고 있고, 사람 또한 1년 단위로 갑자기 변화하는 것이 아닌데 왜 굳이 달력에 숫자가 바뀌는 시점에 무언가 완전히 끝나고 새롭게 시작되는 것처럼 요란을 떨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요란을 떨고 교만했던 것은 나였던 것을 깨달았고, 한 해를 돌아보지 않으며 관성대로 삶을 살며 나를 다듬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이, 나 자신을 점점 알맹이가 빈약한 사람으로 만들지 않았나 싶다. 소중한 한 해를 돌아보며 장문의 글을 적는 사람들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유난을 떠는 것이라 생각했던 내 자신이 참 부끄러운 최근 몇 년간이다. 어리석게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서 글로 더 반성하고 참회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이쯤에서 각설하고 2022년을 돌아보도록 한다.


일본 출장 중 들렀었던 일본의 국립서양미술관


1. 업무적인 부분

    결론부터 말하자면, 열심히 그리고 재밌게 일했고 성과도 어느정도 좋았던 것 같다.

초반에는 업무를 환경적으로 참 불안하게 시작했었다. 2021년 대부분의 시간동안 공을 들였었던 자체 결제/배송 관련 디자인 설계가, 회사 내부의 사정으로 2022년 초반에 최종적으로 드롭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실제 개발만 시작하면 되는 단계까지 모든 상세설계를 완료했었던 터라 나 포함 상당히 많은 실무자들이 허탈해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스스로도, 회사를 다니며 이런 일들이 앞으로도 많을텐데, 괜히 감상에 젖어서 시간을 소모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고 다시 열심히 무언가 생산해내려고 했던 것 같다. 다행히 결제/배송기능은 일본에 비슷한 시기에 진출한 MySmartStore(스마트스토어Japan)과의 협업을 통해, 2023년 상반기에 지원될 예정이다. 2022년은 자체 결제/배송 업무가 드롭된 이후에, 나는 Vintage.City의 도메인 중 새롭게 개편되는 '플레이스'탭을 맡아 전체적인 개편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기존의 '숍' 탭을 '플레이스'탭으로 개편하게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Vintage.City에 입점을 한 빈티지 숍들이 굉장히 많고, 아직 입점하지 않은 빈티지 숍들은 더 많은 상태이다.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위치정보 기반으로 내 주변, 혹은 원하는 지역의 빈티지 숍들을 더 빠르게 찾아볼 수 있으므로 더 편리한 UX를 경험하게 되고, 서비스 입장에서는 직접 업주가 입점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먼저 각 빈티지 숍의 DB를 수집해서 서비스에 제공하게 되면, 더 다양하고 유용한 정보를 빠르게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플레이스 설계를 하면서 동료들과 많은 고민을 함께 했고, 때로는 설득을 필요로 한 때도 참 많았었다. 가장 설득 혹은 이해를 요구했었던 부분은, "왜 플레이스 DB를 따로 만들어야 하는가?" 였었다. 그런 질문들이 많았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기존에는 '프로필' 데이터 안에 '숍 프로필'과 '일반 사용자 프로필'로 구분하여 관리를 했고,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새롭게 플레이스를 도입한다면, 기존에 '숍 프로필'에서 제공하고 있었던 정보들(예를 들어 숍 사진, 주소, 매장 운영시간, 스타일, SNS정보, 숍 설명글 등)을 분리하여, 새롭게 생기는 '플레이스' DB에 옮기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했고, 그 외에 UX상 플레이스와 프로필에서 중복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데이터들도 있었기 때문에, 데이터 구조 관리 측면에서 비효율이 생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의문들은, 앞으로 플레이스 탭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해줄지에 대한 로드맵을 설명함으로써 어느정도 답을 제시하고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오픈시에는 리소스 상, 기존의 프로필에 비해서 확연하게 차별되는 정보들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할 수는 없지만, 점진적인 개선을 통해서, 앞으로 숍에 대한 리뷰나 쇼핑vlog, 코디 컨텐츠 등 유저가 직접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도메인으로 변화할 것임을 동료들에게 공유했고, 그 결과 플레이스 탭 개편에 대한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플레이스 탭은 12월 초에 무사히 오픈을 하게되었다. 굉장히 넓은 범위의 개편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나는 디자인 설계를 하는 것보다 디자인QA를 하는 기간이 정말 힘들었던 것 같다. iOS/AOS/Web 총 3가지 플랫폼의 QA를 나 혼자서 진행하다보니, QA를 진행할수록 계획적으로 검수를 시작하지않은 댓가를 비효율로 인한 풀야근으로 치르게 되었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디자인 디테일을 수정 요청해야하는데, 수정사항들을 계획적으로 정리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요청하는 바람에, 수정요청하는 내가 헷갈려서 확인했었던 것을 다시 확인하기도 하고, 실수로 잘못된 값으로 수정 요청을 하기도 하는 비효율이 생겼었다. 이러한 부분은 나 스스로 큰 실수를 한 부분이라, 앞으로 큰 범위의 디자인 검수를 할 때는 꼭 계획을 짜서 진행해야겠다는 반성을 했다.

    무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배포는 잘 이루어졌고, 유저들의 반응이나 VC를 만들어가는 우리들 스스로의 평가도 좋은 편이라 생각되어, 그래도 연말을 어느정도 성취감있게 보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2. 사람에 대한 부분

    올해는 주변에 친밀했던 사람들과 꽤 많이 멀어졌다. 재택근무를 하는 일상 때문인 것도 같고, 점점 더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내 성격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원하는 것이 늘수록, 주변 사람들이 가진 것들 혹은 이뤄낸 것들을 질투하게 되고 경쟁상대로 받아들이는 스스로가 너무 밉고 싫었다. 최대한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을 끊어내고, 선의로만 사람들을 대하려고 노력했지만, 쉽게 되지는 않았던 것이 올해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경쟁심은 경쟁심으로 끝나야지, 그것이 선을 넘어서 질투와 미움이 되기 시작하면 내 마음속이 지옥이 될 뿐인데, 나 스스로 내 마음을 지옥으로 만들었던 한 해인 듯하다.

    여름이 될 무렵, 엄마가 많이 아팠다. 엄마가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형한테 들었을 때, 귀에 이명이 들리고 상황판단이 안 될 정도로 패닉이 오는 상태를 경험했다. 멀리 떨어져서 살고있기 때문에 자주 내려가서 엄마를 살피지 못했고, 혼자 일을 하고 있으면 문득 너무 겁이나고 슬퍼서 몇달을 우울한 채로 살았던 것 같다. 다행히 어머니의 건강은 지금 많이 나아지셔서, 가족들 모두 조금 안정감을 찾고 생활하고 있는것 같다. 예전부터 주변에서 부모님이 하루라도 젊을실 때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라는 사람들의 말이 정말 맞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았지만, 자꾸만 현실이라는 핑계를 대며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는데, 2023년도 아주 잘해낼 자신은 없지만, 작년보다는 더 많은 시간을 부모님과 보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멀어졌지만, 같이 일하고 있는 팀 동료들과는 인간적으로 더 가까워진 한 해였다. 보통 회사 일이 힘들면 동료들끼리 똘똘 뭉치게되고, 일이 상대적으로 편하고 쉬울 수록 회사 밖의 일에 집중하느라 동료들끼리 서먹해진다고 하지 않나. 저런 말로, 동료들과 가까워진 관계를 뭔가 계산적으로 정의내리고 싶지는 않지만, 전자의 이유로 더 가까워지지 않았나 싶다. 가까워진 이유가 어찌됐든, 같이 일하며 좀 더 인간적으로 친해진 우리 팀 동료들이 참 좋고, 존경스럽고, 감사한 부분이 많다. 대부분의 시간을 재택근무로 보냈고, 가끔 월간 미팅이나 회식자리 때에 봤지만, 왜인지 모르게 혼자 일하고 있다가 지치거나, 외로울 때에는 함께 같은 고민을 하며 보내고 있을 동료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졌고, 그것이 정말 큰 의지가 되었던 것 같다. 이런 감정을 전우애라고 하겠지.



3. 경제적인 부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경제적으로는 올해 정말 끔찍한 한 해였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로 시작된 자산 가치의 버블로 주식과 코인 투자를 했던 것이 꽤나 큰 규모로 수익이 났었다. 하지만, 더 어마어마한 규모로 가격이 상승한 부동산을 사기위해선 아직 멀었다는 조급한 생각에 위험하게 투자를 했었던 댓가를 뼈저리게 치뤄냈다. 그리고 냉정하게 현재 상황을 본다면, 그 댓가를 앞으로 더 아프게 치뤄야 할 수도 있기에 많은 불안감이 있는 상황이다.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서는 도저히 서울, 경기권에 집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라 공격적인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기도 했으나, 무지성으로 투자한 자산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 점은 내 스스로 투자를 가장한 도박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점은 반성하고 앞으로라도 더 냉정함을 가지고 저축과 투자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굳이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자면, 최근 2-3년간 큰 수익과 큰 손실을 경험하며 어느 정도 자산의 변화에 담담해진 점이다. 투자에 대한 근지구력이 생긴 것으로 정신승리를 해볼 수 있겠다. 모든 언론과 전문가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심지어 정치인들까지...)이 근로소득의 시대가 아닌 투자소득의 시대라고 사회의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나도 모르게 그런 분위기에 동승해서 위험한 투자에만 관심을 가졌던 실수를 꼭 잊지 않으며, 앞으로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살아가며 또 다시 찾아올 봄 날을 느긋하게 기다리려 한다.

    소비하는 습관은 조금 더 건강하게 바꿔봐야겠다. 원래도 술마시거나 노는것에 딱히 돈을 쓰는 스타일의 사람이 아니라서 그쪽으로 돈을 많이 쓰지는 않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면서 쓸데없이 배달음식에 돈을 너무 많이 지출한 것, 보복소비같은 심리로 비싼 옷이나 신발들, 한정판 토이같은 것들을 사는데 불필요한 지출을 했었다. 유튜브에서 손흥민 선수의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가 집을 관리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많이 버는만큼 집에 있는 것들은 다 비싸고 좋은 것들이었지만, 정말 단정하고 깔끔하게 필요한 것만 놔두고, 조금이라도 뽐내려하는 물건들, 눈길을 사로잡으려하는 것들은 전부 다 버리거나 창고에 넣어두는 생활 태도에 큰 울림을 얻었다. 올해는 나도 최대한 비우고, 덜어내며 정말 내게 필요한 것들만 갖추고 생활하는 습관을 가져보도록 해야겠다.




2022년을 간략하게 돌아보며, 삶을 세가지로 영역으로 구분지어 생각해보며 반성하고, 다짐한 점들을 기록해봤다. 지금의 다짐들을 1년 후에 돌아봤을 때, 분명 100% 완벽하게 이뤄내지는 못 할 가능성이 높지만, 새 해를 시작할 때 구체적으로 다짐을 하고 시작하는 것과 아닌 것은 큰 차이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글을 적어보며, 내가 1년동안 살았던 삶의 해상도가 조금 더 고해상도로 인식되는 것을 느꼈다. 2023년은 이보다 조금 더 정교하고, 미려하게... 고해상도로 하루 하루를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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