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
친하게 지냈는데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멀어져 버린 관계가 있다. 학교를 떠나 각자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지내다가도 이따금씩 만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사회인이 되고 가정을 꾸리고 나서는 연락이 뚝 끊긴 이들도 있다. 그럴 땐 마치 그들의 삶에서 내가 지워진 것만 같아서 서글퍼진다.
특히 사회 초년기와 소위 결혼 적령기라는 시기를 지나면서 관계에 대한 회의감에 몸서리치던 때가 있었다. 경사를 앞둔 시기에만 노골적이고 의미 없는 연락을 해 오는 사람들에게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취직이나 이직, 결혼, 출산 같은 이벤트를 기점으로 관계가 재정립될 때마다 이제까지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하나둘 체에 거르며 의미 없는 인맥의 무게를 덜어 나갔다.
필요한 시기에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나타나 주는 사람이 평생의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친구 관계도 그렇다. 내 인생에 시의적절하게 나타나 서로의 소소한 일상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 말고 무엇이 더 필요할까.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 안에서 나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친밀한 관계의 총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저 생애주기에 따른 관계의 변화를 담담히 받아들이려고 애쓰는 한편,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애정을 쏟을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