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잘 지내기 위해서
나이듦의 순기능이란 이런 걸까. 이전보다 많은 일들에 초연해지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나 자신에 대한 가치판단에 있어서 그렇다. 몇 년 전이라면 내 탓부터 했을 자잘한 물음에도 이제 스스로를 넉넉히 이해해 준다. ‘내가 과연 충분히 좋은 사람일까?’, ‘성숙하고 어른스럽게 행동한 걸까?’ 같은. 연결된 모든 관계에서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는 마음의 짐으로부터 나를 해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모두와 잘 지내지도 않아도 된다(생계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비즈니스 관계는 제외한다). 싫은 사람은 마음속으로 조용히 싫어하며 서서히 멀어져도 괜찮다. 인싸면 어떻고 아싸면 어떠한가. 각자의 성향과 가치관에 맞게 관계를 맺어 나가면 된다.
돌이켜 보면 그간 학교와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 중 내 쪽에서 너무 애쓰며 관계를 유지해 온 사람일수록 지금은 거의 멀어졌거나 잊혔다. 지나치게 포장해야만 유지되는 관계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레 정리되기 마련이다.
만약 20대 초반의 나에게 딱 한가지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단연코 이 진리를 꼭 기억하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좋은 사람’이라는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며 인간관계를 맺는 건 하등 쓸모없는 에너지 낭비일 뿐이다. 하루라도 빨리 그 사실을 깨달을수록 더 현명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모두와 잘 지내려 하기 전에 나 자신과 잘 지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함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