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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than Mar 05. 2019

예비군 문학#3_ "이모, 두 유 카피?"

미세먼지도 물러갔던 마포숯불갈비 식사보급의 추억


“이모!” “ 이모 여기요!” “이모-!”


테이블 근처 수 명의 예비군들이 함께 연이어 소리쳐주었다. 일면식 없는 예비군들이 우리 테이블을 위해 이모를 불러준 것이다. 우린 우연히 가까운 줄에 서서 식당에 도착했을 뿐이고, 대화 한 마디 나누지 않은 관계였다. 그런 예비군들이, 내가 앉아있던 테이블에 시금치를 추가 보급해주기 위해 식사 배급지(동네 마포숯불갈비 식당이다)의 식사보급원(식당 이모다)를 향해 목청 높여 응답요청하는 광경이었다.


아아, 가슴이 알 수 없이 고양되었다. 이모는 수십명의 예비군 아저씨들에게 뚝불을 수송하시느라 내 맞은편 예비군이 외친 ‘이모 Do you copy?’ 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첫 시도가 실패하고 잠시 소강상태를 맞았으나, 나는 맞은편 식사 전우(밥친구를 말한다)의 난감한 표정을 무시할 수 없어 ‘이모의 부름’에 재차 불을 지폈다.


Emo, Emo, Emo! 고맙게도 다시 제창된 '이모 Do you copy?' 무전이 간이 문과 예비군 무리를 뚫고 전달되었다. "카피댓." 시금치가 수북히 재보급되었다. 이미 시금치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모님이 정말로 "카피댓 폭스트롯 탱고 투 뚝불 오픈파이어"라고 응답하셨나? 이것도 이제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데면함을 뚫고 잠시 하나였다.

그 녀석, 전우애에 취해버렸는지 보급된 시금치 마저 남겨버렸다.


오늘 미세먼지는 눈마저 따가울 정도로 최악이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예비군들의 전우애는 미세하지 않았다. 물론 시금치와 오이무침이 조달된 후에는 모두 눈초리가 흐리멍텅해지며 쿨하게 자아없는 병신으로 돌아갔을 뿐이다.


아직도 계속 목이 따가운건 미세먼지 때문일까, 타올랐던 전우애 때문일까.




예비군 문학 1편: https://brunch.co.kr/@4thfloor/20

*2편은 그닥 재미없어서 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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