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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 한량 스티브 Feb 08. 2024

돈과 시간

결국 이 모든 건 너를 향한 마음이다

일정이 끝없이 밀려든다. 코로나가 대체 언제 적 얘기였지? 할 정도로 밀린 빨랫감 마냥 일정이 수북하다.

일주일 남짓 같이 보낸 손님들을 공항에서 보내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 새로운 팀을 맞이한다.

그렇게 다시 일주일의 시간을 같이 먹고, 자고, 보고, 느끼며 시간을 보낸다.


바르셀로나하면 떠오르는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가족 성당), 구엘 공원을 시작으로 

그라나다의 알람브라와 야경, 이미 이름만으로도 숨이 멎을 스페인 건축정점이다.

 

론다의 누에보 다리, 세비야의 대성당과 스페인 광장에서 남부 안달루시아의 정열을 느끼고, 

경쾌한 말발굽 소리의 마차에서 여유를 맛보고 플라멩코에서 저들의 정열을 온몸으로 느낀다.


시간이 멈춘 천년의 고도 톨레도의 전경에서 웅장함을 담고,

수도 마드리드에선 문화적 자존심 한가득 담긴 프라도, 티센, 레이나 소피아 

3대 미술관에서 거장의 붓터치와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눈과 마음에 아로새긴다.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아깝기에 상황과 타이밍에 맞춰 이성과 감성을 다해 전하지만,

그 가치를 아는 사람은 의외로 소수다. 대다수는 지금 이 자리의 생생한 현실보다

오타와 비문 가득한 블로그를 진리로 신봉하고 따른다. 나도 나가보면 그럴까.

 

가치를 아는 사람은 설명을 전하는 단 한마디에도 감탄을 하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백 마디 천 마디 차라리 벽에다 하는 게 낫다.

어찌 되었건 그저 가이드이자 지식소매상으로 할 일을 묵묵히 동시에 즐겁게 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진가를 알아보는 분이 있기에 몇 번이고 할 때마다 힘이 난다. 

표정에서 드러나는 감동과 희열에 전하는 본인은 몇 곱절의 에너지를 돌려받는다.


한 팀을 마치면 그만큼의 보상이 뒤따른다. 보상 덕에 보람도 더 커진다.

시간을 사용해 돈을 얻었다. 거꾸로도 가능할까. 유행하는 소위 자동화를 이루면 가능해질까.




기분 좋은 보상. 그러나 그때마다 돌아보면 홀로 있다. 화면 속 글이나 수화기 너머 음성이 아닌 직접 그대를 만나 가슴 뛰는 현장나누고 싶은데 매번 혼자다. 일마치기 전까지 집에 수도 없다. 일의 의미와 가치를 찾지 못하면 매번 고독을 곱씹어야만 한다  


그냥 몇 날 며칠씩 혼자 있는 것도 쉽지 않지만, 어디를 가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괴롭다.

스페인에 사는 가족과 한국에 계신 부모님, 그리고 친구와 선후배.

보여 주고 싶고, 알려 주고 싶고, 같이 느끼고 싶은데 곁에 없다.


이름 석자만 들으면 누구든 알 유명 인사들.

그들에게 깊은 공감을 얻고 가치를 인정받은 해설은 

정작 내가 오랫동안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에겐 아직도 전달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서로 몇 년째 변하지 않는 버킷 리스트를 갖고 있다.


돈이 아닌 시간이 없어 온다. 다들 여유가 없다. 지금 글을 쓰는 나도 그렇다.


오늘도 혓바늘 돋고 입안 곪아가며 일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너를 위해 하는 것인데,

막상 그 돈을 벌어 쓰려고 하면, 주위에 사람이 없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

하다 못해 전화를 하려 해도 스페인에 있어 시간이 안 맞는다.

번번이 타이밍을 놓쳐 자책하기가 게시물에 밀린 답글 이상으로 산적해 있다.


사무치게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

언제 볼 수 있으려나. 

제아무리 그리워해도 자고 나면 다시 리셋된 일상.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려는 마음에 감성은 잠시 뒤로하고 다시 열심히 일한다.


미안함이 끝없이 마음을 잠식한다.

시간으로 돈을 얻듯, 돈으로 시간을 사고 싶다. 그대를 볼 수만 있다면.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 요즘 최대의 관심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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