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먹는 기쁨을 주어서 감사합니다.
우리 동네 빵집 장인
내가 사는 도시는 신도시라 맛집을 찾기가 힘들다.
물론 맛집이 있을 수도 있고, 내가 찾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식당에서는 맛집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나는 다른 어떤 음식보다도 빵을 좋아한다.
그래서 다른 나라나 지역으로 여행을 가게 되면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빵을 꼭 먹어보려고 노력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성심당과 비교적 가까운 곳이라
부산에서 이곳으로 이사 온 이후 성심당을 제일 먼저 찾았었다.
주말에는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갈아타고 해서 성심당 빵을 사 오곤 했다.
성심당은 빵도 맛이 있지만 가격적인 면에서 정말 메리트가 있는 곳이라
그 이후에도 부산에서 식구들이 놀러 오면 꼭 한 번은 방문하는 곳이다.
하루는 동료가 세종시에 맛있는 빵집이 있는데 자신의 어머니께서
그곳의 빵을 아주 좋아하신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그 빵집은 어느 아파트 앞에 위치한 작은 빵집이었는데
그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는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이 집의 빵이 맛이 있구나' 생각하며 동료가 사 온 빵을 봤는데
그냥 일반적인 식빵과 다를 게 없어 보여서 맛있는 빵집이구나 하고 넘겼었다.
그때 동료가 이 집의 시그니쳐 빵이 호두식빵이라고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어느 날 직장 동료들과 우리 주변에 있는 맛있는 빵집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세종시에도 맛있는 빵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 사람은 자기가 살고 있는 아파트 근처에 아주 맛있는 빵집이 있다고 했다.
들어보니 우리 집과 먼 거리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주말에 당장 가봐야지 결심했다.
주말이 되어 지도앱을 켜고 빵집을 찾아 나섰다.
15분쯤 더듬더듬 찾아가니 빵집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말 아침 비교적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빵을 고르고 있었다.
나도 얼른 들어가서 그 집의 빵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집은 이전에 한 번 가본 적이 있는 느낌이 들게 해서
'내가 언제 와봤더라' 하며 기억을 더듬어보니 이전에 동료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호두식빵을 사다 드리려고 방문했던 그곳이었다.
방문하기 전에 그 집에 어떤 빵이 유명한지 살펴보았는데
마늘바게트와 호두식빵이 그 집의 대표적인 빵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나는 우선 사람들이 추천한 두 개의 빵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맛있는 빵을 먹을 생각을 하니 너무 즐거워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아주 짧게 느껴졌다.
집에 와서 우선 마늘 바게트빵을 먹었는데
마늘 소스가 바게트빵 사이사이에 가득 스며들어 먹는 사람을 즐겁게 해 주었다.
소스도 맛있고 바게트빵은 또 어찌나 바삭한지 역시 사람들이 추천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다음으로 호두 식빵을 먹어봤는데 왜 사람들이 호두식빵을 추천했는지,
그리고 왜 나의 동료가 그 먼 곳까지 가서 그 호두식빵을 사서
어머니에게 드리고 싶어 했는지 이해가 되는 맛이었다.
호두 식빵은 겉으로 봤을 때는 일반 식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속이 정말 다르다는 것이 이 식빵의 반전이다.
이 식빵은 발효가 잘된 것은 물론이고 반죽에 호두 조각이 정말 가득 들어있다.
거기에 정말 특별함을 더하는 것이 쫀득한 식감을 주는 찹쌀이다.
빵 반죽과 찹쌀, 호두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다양한 식감을 느끼게 하고,
그 모두가 조화를 이룬 것에 더해 더 완벽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적절한 간이다.
짜지도 싱겁지도, 달지도 않은 아주 적당한 간!
나는 그날 이후로 매주 주말에 호두 식빵을 사러 그 빵집을 방문했다.
누군가 어떻게 이런 말을 만들어냈는지 모르겠지만
'이 빵을 먹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 본 사람은 없다'라는 말을
나는 감히 할 수 있을 정도다.
그 쫀득하고 부드러운 식감에 호두가 씹히는 그 맛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표현하기가 힘들다.
알고 보니 그 빵집 사장님은 말 그대로 장인이었다.
아시아제과월드컵 은메달 수상자이자, 프랑스 리옹 제과월드컵 국가 대표이며,
대한민국제과기능장이었다.
우리 동네에 이런 숨은 장인이 있다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덕분에 나는 비싸지 않은 가격에 정말 고퀄러티의 빵을
매일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집 식빵은 한 장만 먹는 것이 제일 힘든 일인 것 같다.
한 장을 먹고 나면 그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금세 그리워져
한 장을 더 꺼내서 먹게 된다.
장인의 솜씨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모두 맛 보여 주고 싶은 심정이다.
내 삶은 가끔은 너무나 지루하고, 고되고, 크게 기쁘지도 즐겁지도 않은
너무나도 평범한 삶인데 내 주변 곳곳에 숨어있는 장인들로 인해
내 삶이 조금은 더 특별해지는 느낌이다.
이 집의 빵을 먹기 위해 오늘 하루를 더 버티고,
또 그 빵을 먹고 힘을 내고,
나도 이 장인처럼 누군가에게는 기쁨을 주는 쓸모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우리 삶의 곳곳에 숨어있는 장인들이여!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을 소리 없이 응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조용하고 묵묵히 오래오래 버텨주기를,
또 그들에게 작은 힘이 되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