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34 물고기가 변해 용이 되다

초범입성超凡入城, 고수의 길

by 상처입은치유자

앞의 글에서 우리가 고수라 칭하는 이들의

주요한 특징들을 몇 가지 살펴봤다면

이젠 좀 더 고차원적인 고수의 경지에 대해

한 단계 한 단계씩 짚어보도록 하자




일반적 고수들의 안정된 자세를 넘어

깊이가 생기기 시작하는 단계가 되면

뭔가 모를 묵직한 무게감을 가지게 된다


'깊이'란 두 가지 뜻이 있는데

아래로 파 내려간 거리를 말하기도 하지만

지닌 바의 밀도密度와 무게로 인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을 뜻하기도 한다


전자前者는 전문가의 깊이고

후자後者는 고수의 깊이라 할 수 있다


한 분야에서 숙련된 전문가라 하더라도

내공과 경험, 실력의 차이는 존재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누구나 인정하는

전문가 중의 전문가를 고수高手라 부르고

어떤 분야든 대개 4단 이상을 고수라 한다




이 정도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어변성룡

魚變成龍(물고기가 변해 용이 됨)이라 해서

비범非凡한 능력을 가졌다고 말한다


태어날 때부터 비범한 게 아니라

평범함을 넘어 놀라운 경지에 올랐으니

초범입성(超凡入城)이라고도 한다

(초월할 초, 평범할 범, 들 입,도읍 성)


현실세계나 비즈니스에서 이런 고수들은

누구도 풀지 못해 끙끙대는 난제들을

비범한 능력을 활용해 빠르게 즉시 해결한다


그러니, 비범非凡하다고 말할 수 밖에




내공內攻의 운용이 경지에 올라

기氣의 수발受發(받음과 보냄)이 자유로우니

힘차고 빠르며 호흡은 여유가 있고

부드러움과 힘, 속도를 고루 갖추고 있다


세상의 쓴 맛과 단 맛을 충분히 맛 보았고

사람과 사물을 보는 안목을 가지게 되었으니

세상과 자신을 새로운 시각으로 본다


세상과 자신을 보는 마음공부의 시작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마음속에 절로 생긴

화두話頭를 접하게 되었음을 뜻한다

(화두: 깨달음을 얻기 위한 방편)


화두話頭란 선禪에서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

'요리사에겐 칼이란 어떤 도구인가'

'무술가에게 바로서기란 과연 무엇인가'

'의사에게 환자의 진찰이란 어떤 의미인가'

'영업사원에게 고객의 의미는 무엇인가'

'스타트업 CEO에게 비젼이란 무엇인가'등등

본질에 대한 원천적 질문과 각자의 해답을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의 시작을 말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이 정도 경지에 이르러

자기가 하는 일의 본질과 존재에 대해

스스로에게 화두를 던질 수준만 되어도

어디 가서 남에게 꿀릴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경지에 이른 고수들간에

체급차이란 별다른 의미가 없다


고수들간의 싸움을 비유하자면

용호상박龍虎相搏, 용쟁호투龍爭虎鬪라

용과 호랑이가 싸우듯 막상막하의 승부는

종이 한 장 차이로 미세하게 갈리므로

약간의 운運도 작용한다 할 수 있으나

실상은 '미세한 차이' 그것이 바로 실력이다


'누구의 공부가 더 깊은가'

'누가 실수를 적게 하느냐'로 갈리는

칼날 한 치 차이의 승부에서

한 치의 실력차이가 의미하는 바를 알고

아깝게 졌다는 핑계를 둘러대지 않으며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고 담담히 받아들인다


과연, 보통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하겠다


-상처입은치유자-


초범입성超凡入城은 원래 초범입성超凡入聖

(입성入聖은 원래 성인의 경지를 뜻하지만,

경지를 이룬다고 하여 입성入城으로 표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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