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35 고수들의 공부, 부동수不動手

초범입성超凡入城, 고수의길

by 상처입은치유자

비범한 경지에 이른 초범입성의 고수들은

각자 나름의 능력이 생기는데

그 능력의 화려한 겉멋에 휘둘리지 않고

근원이 되는 뿌리에 중심을 둘수록

공부의 깊이가 깊어지게 된다


모든 것에는 중심점이 있으니

중심의 의미를 파악한 후에야

비로소 전체적인 흐름과 힘의 작용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변화와 혁신을 꿈꾸는 대기업 조직에서도

일은 리더나 연구원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함께 하는 것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icon들조차

조직의 허리가 뒤를 받쳐주지 못하면

그 문화와 정신을 길게 이어가기가 어렵다


조직도 살아있는 하나의 유기체라고 본다면

머리와 손발이 따로 놀아서도 안되며

중심이 되는 허리를 통해 힘을 써야 한다


무술의 고수들이 수련할 때 전해지는

경구警句(경계할 문구)중에 '부동수不動手'

(손을 먼저 움직이지 않음)라는 말이 있는데


모든 동작의 근원은 허리에 있으므로

손과 발의 움직임에 치중하지 않고

허리에서 출발한 힘으로 손발을 단련하라는

고수의 비기秘技 같은 것이다


흔히 무술에선 빠른 손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주먹빠르기로 유명한 이소룡의 1인치 펀치엔

허리로부터의 전사纏絲(나선모양 비틀기),

근육과 신경의 빠른 이완과 긴장 그리고

타격의 중심점이라는 이치가 숨겨져 있다


모든 사물에는 무게를 잡아주는 중심이 있고

그 중심의 의미와 흐름을 파악한 후에야

비로소 다음 단계나 경지로 나아가게 된다

개인의 수련이나 조직에서 일처리도 그러하다




허나, 초범입성超凡入城의경지에 올라

누구나 인정하는 고수高手가 되었지만

주화입마라는 강력한 마魔가 낄 수 있다

(走火入魔:기氣를 잘못 운용해 폐인이 됨)


한 길道을 고집스럽게 걸어왔으니

그걸 정답이라 우기는 우愚를 범하기 쉽고

힘과 실력에 더해진 왕성한 혈기血氣는

되려 큰 화를 자초하기도 한다


비범한 실력을 갖추고 경지에 올랐을 때에는

무공이나 일을 처음 배웠을 때 다짐했던

초심初心을 다시 되돌아봄으로써

주화입마를 스스로 먼저 경계해야 된다




'동우지곡童牛之梏'(쇠고랑 곡)이라 하여

(어린 소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에 매어둠)

스스로에게 멍에를 씌우는 이유는

단순히 우리에 가둬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초심을 환기喚起(불러일으킴)시키고자 함이다


뛰어난 옛 성현들이 '마음 속''몸 밖'

방편方便(수단과 방법)을 만들어 두고서

초심을 환기한 이유도 이와 같다


굴레, 멍에, 방편에 너무 얽매일 필요 없다

때가 되면 씌워졌던 멍에는 벗겨지고

매어졌던 굴레 또한 자연스레 풀어지게 된다




'한 우물을 파라'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우물을 직접 삽으로 파 본 적이 있는가?


실제 삽으로 깊은 우물을 파려면

깊이보다 넓은 원을 파야 한다


물이 솟으면 그 지점에서부터 돌을 쌓아 올려

우물을 만드는 것이 속담에 나오는 방식이다


초범입성의 단계에서는 한 우물을 파라!

초심을 환기喚起시키며 우물을 파라!

단, 넓고 깊게 파라!


-상처입은치유자-


정상이 멀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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