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36 산 꼭대기에 오르다
절정絶頂, 고수의 길
한 분야에서 경지에 올랐다는 건
미로의 길을 찾는 지혜의 혜안이 열린 것이며
문제를 해결할 역량과 힘을 갖췄다는 뜻이다
그래서, 한손에는 '지혜의 방패'를 들고
다른 손에는 '용기의 창'을 가졌다고 한다
'산 꼭대기에 올랐다'고 하여
절정(絶頂)의 경지라고도 부르며
다른 잡된 것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하나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니
무타념 무타상 無他念 無他想
(다른 생각없이 하나에만 몰두함)
주변에 보면 자신이 하는 일에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는데
간혹 미쳤다는 소리까지 듣기도 하지만
불가능해 보이는 변화, 진화, 혁신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사람이 고도의 집중력 상태에 들어서면
눈에 보이는 현상 너머의 것을 보게 되는데
이때 사물의 본질을 깨닫게 되면서
각각의 구성요소들과 성질을 알게 되고
그것의 흐름과 무늬(결)까지 자연히 보인다
'요리사에게 고기의 결이 보이고
지자智者에게 세상의 흐름이 보인다
무술가에겐 상대방의 호흡이 느껴지며
타짜에겐 화투판의 흐름이 보인다
투자의 귀재들에겐 돈의 흐름이 보이며
스타트업CEO는 고객의 숨결을 느낀다'
어떻게 아냐고 누가 물어 보면
그냥 척 보고 안다고밖에 말하지 못한다
산 꼭대기 정상에 올라서면 그렇듯
산과 골짜기, 비와 구름이 그냥 보인다
빙산의 겉만 보고 흉내 내는 건
거짓을 좇는 멍청한 짓이며
따라하기를 가르치는 사기꾼들을 믿는 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짓이다
빙산의 실제를 이루는 90%는 눈에 안보이는데
수면 밑에 잠겨있는 이런 90%를 이루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과 깨달음, 내공이 진짜다
올바른 결론은 언제나 심플하게 귀결되며
복잡한 결론은 아직 과정에 불과할 뿐
절정의 고수가 되면
생각하는 바, 아는 것, 실천함이
하나로 뭉쳐진다
마음, 목표, 의지
지식과 경험
능력과 리더십이 하나로 합쳐지니
무협지의 표현을 빌자면 정기신精氣神
삼위일체三位一體를 이루는 것이다
스스로 고수임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경지
그래서 '절정絶頂의 경지'라 부른다
그러나, 아직 한계와 극極을 넘어서진 못했으니
검객이 휘두르는 검劍에 비유하자면
최단거리의 일직선이 가장 짧은 선線이지만
그것이 가장 빠른 선線은 아니다
바람과 공기의 흐름을 보고 휘두른 검은
소리보다 빨라서 검이 지나가고 나서야
비로소 휙~ 하는 소리가 난다
'정심精深함'이란
천천히 행하면 행할수록 그 깊이가 더해지고
잘게 쪼갤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그 무엇이다
지금 하고 있는 업무나 작품,무술동작을
잘게 쪼개고 쪼개서 한계까지 쪼개보라
그래서 그 하나의 업무나 동작 하나하나를
최대한 천천히 느리게 깊이 들여다보며
의미를 되짚어보고 재해석해보라
"처음에는 느리게
두번째는 빠르게
마지막은 다시 느리게 하라"
무술에서는 이런 수련방식을
만쾌만慢快慢(느릴 만, 빠를 쾌)이라 한다
지금까지는 빠르고 힘있는 것만을 좇았으니
너무 지루하고 단조로워 보일 것이다
그러나, 절정에 이른 고수들은
만쾌만慢快慢의 수련을 통해
그 다음 단계의 경지를 엿보게 된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상처입은치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