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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ce Mar 22. 2020

뚱뚱이 신부가 될 거예요.

Photo by Celia Michon on Unsplash

요즘은 집(본가)에 내려가기가 무섭다. 볼 때마다 날아오는 엄마의 잔소리 때문이다. "아니 신부가 다이어트도 안 하고 뭐하니?""드레스 입어야 되는데 어쩌려고 그래" 등등. 물론 엄마의 잔소리가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몇 개월 사이에 10Kg이 넘게 쪘으니 내가 생각해도 이건 좀 심했다 싶기도 하다.


살이 찌기 시작한 건 재입사를 하고 나서부터였다. 그전까지는 주 3회 이상 꾸준히 요가를 하고 인스타그램에 다이어트 계정도 운영하면서 나름 건강한 삶을 살았다. 그러다 회사를 가기 시작하니 운동할 의욕과 의지는 귀찮음에 자리를 빼앗겼고 다이어트는 개나 줘버리자는 심산이었는지 다이어트 계정은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거기에 스트레스는 점점 쌓이기 시작하고 난 그걸 먹는 걸로 풀기 시작했다. 일종의 보상심리였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은 그 보상심리에 당위성을 보장해주었고 그렇게 야금야금 살이 오르기 시작했다.


점점 옷이 작아지기 시작했고 난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다. 결혼식보다 웨딩사진이 걱정됐다. PT를 받으면 금방 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집 앞 헬스장으로 뛰어갔다. 생각보다 큰돈에 손을 조금 떨었지만 그래도 변화할 내 모습에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왜 PT를 받았는데 살이 더 쪘을까요? 우리는 그 답을 '식욕'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트레이너가 강조하는 건 칼로리에 맞춘 식단이었고 나에게 식욕이란 내가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PT를 받고 증량을 했다. 그리고 다이어트를 접었다(남은 PT는 건강을 위해 하고 있다).


웨딩촬영은 모두가 말한 대로 보정이 다 해주셨다. 사실 웨딩촬영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걸 이 돈을 들여서 왜 찍어야 하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진을 보니까 생각이 달라졌다(혹시라도 찍을까 말까 고민되신다면 무조건 찍으세요, 무조건). 이제 남은 건 결혼식인데, 다이어트가 하기 싫었던 나는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왜 신부는 다 말라야 하지?


네, 자기 합리화입니다. 아주 전형적이죠. 어쩌겠어요, 다이어트가 하기 싫은걸. 계속되는 엄마의 잔소리에 난 '뚱뚱이' 신부가 될 거라고 선언했다. 다들 마르고 예쁜 신부들 사이에서 난 내 갈길 갈 거라고. 다이어트를 한다면 결혼식이 아니라 내 건강을 위해서 할 거다. 지금은 뚱뚱하게 살아도 행복하니까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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