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사랑가 01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 KIM Feb 02. 2022

당신을 만난 이야기

누가복음 9:23

J에게


만 40년, 기다림의 시간

당신은 나를 놓치도 멀어지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제가 몰랐을 뿐입니다.


당신을 만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질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뭐해?


중학교 시절, 베프가 어느 날 물었습니다.

“글쎄?”

“그럼 오늘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그래.”


이끌려간 곳에서 정신을 차려보니, 어떤 할아버지가 강단에서 이야기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 때는 당신 이야기인줄도 몰랐습니다. 친구가 준 알록달록 색칠된 계란을 손에 꼭 쥐고 꾸벅꾸벅 졸기만 했습니다.


그것이 당신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당신은 꾸벅꾸벅 졸던, 듣지도 보지도 않던 나를 눈여겨 보셨나 봅니다. 반대로 나는 이 일조차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살았는데도 말이지요.


밥 먹으러 가자!


어느 덧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갔습니다. 여차저차 룸메이트를 되었던 언니가 어느 날 말했습니다.


결국 또 먹는 것에 홀려 따라갔습니다. 보이지도 않던 한국 사람들이 그 곳에 모여 있었습니다. 왠지 따뜻했습니다.


무슨 말인지도, 무슨 노래인지도 모르고 앉아만 있었습니다. 정성스러운 밥을 먹고 함께 공부를 했습니다. 그것이 다였습니다.


그 곳에서는 왠지 마음이 편했습니다. 매주 그곳에 가는 것이 당신에게 가는 길인 줄도 몰랐습니다. 당시 전도사님이 이었던 목사님, 밥 맛있게 지어주시던 사모님, 고민 나누고, 밥을 먹고 떠들고..그랬습니다.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바로 거기야!


오랫동안 아프셨던 엄마가 돌아가셨습니다. 혼자 계신 아빠가 안쓰러워 한국으로 돌아왔지요.


그 따뜻함이 그리워 새벽마다 울었습니다.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밥을 먹고 공부하고 따들던 그 때로, 그 장소로 다시 가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에 아빠가 아침식사를 하시는 식당 옆에 있던 오래된 교회를 찾았습니다. 새벽마다 그곳에서 울기만 했습니다.


울기만 하던 어느 날, 새벽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누군가 따뜻하게 나를 안아주었습니다. 너무 따뜻해서 눈을 뜨니 온기가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온기가 사라진 자리에 찬 공기 가득찼습니다. 덕분에 더욱 또렸하게 온기의 존재를 느꼈지요.


울면서 어느덧 6개월이 지났습니다.

중학교 시절 그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도 미국에서 잠깐 돌아왔었지요.


“그래서 요즘은 교회 나가?”

“응, 아빠 식사하시는 식당 옆에 부전교회라고..”

“어? 바로 거긴데? 내가 너 데려갔던 곳!”


바로 그 곳이었습니다. 꾸벅꾸벅 졸던 그 자리.

알고보니 그 친구는 3대째 부전교회에 온 가족이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때서야 먼나라로 떠나 있던 나를 꾸벅꾸벅 졸던 그 자리로 돌아오게 한 것이 당신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설명되지 않았기에, 저는 당신이라고 하는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당신이 오래 지켜보던 날들 속에서

그제서야 당신의 존재를 아주 조금 알아차렸습니다.


이제라도 당신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이 정말 기쁩니다. 아무래도 다시 당신과 만난 이야기를 이어나가야 하겠네요. 할 얘기가 아직 남았거든요.


사랑합니다. 당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