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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사랑가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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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KIM Feb 04. 2022

당신을 만난 이야기, 두 번째

마태복음 18:18

J에게


당신을 만난 이야기를 더 해볼게요.

줄여서 말하기가 참 힘이 드네요.

당신과 함께 한 하루 하루가 영원 같으니까요.


돌아가셨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

당신이 아시지요. 오랫동안 병상에 계시던 엄마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아무 계획도 없이, 혼자 계신 아빠가 안쓰러워 덜컥 돌아왔지요. 곧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습니다. 그리고는 저는 방황이 시작되었지요. 남들이 보기에는 멀쩡하게 보이도록 곧잘 연기도 잘 했습니다.


그 구멍을 메우려 많은 잘못도 저질렀습니다. 공부로, 일로, 성취감으로, 사람으로 그 구멍을 채우려 했지요. 그 과정에서 상처를 주고 받으며, 다시 많은 아픔이 생겨나는 악순환이 시작되더군요.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잃었다는 상실감은 생각보다 힘이 컸습니다. 그 때는 당신의 존재는 알았지만 어떻게 기대야하는 줄도 몰랐습니다.


사춘기인가 보다


병상에 계시던 10년은 모든 것을 엄마 기준으로 맞추어 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엄마를 기쁘게 하기위해 좋은 학교를 가고, 열심히 살았던 저였습니다.


어느덧 저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사춘기가 없었던 나에게 뒤늦게 사춘기가 왔지요.


그렇게 10년,

10년을 다시 당신은 기다리셨습니다.

지금은 조금 압니다. 그 때 당신이 나를 구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셨는지요.


나름 똑똑하다 자부하던 나의 교만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하던 나의 체력도,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자만도 모두 무너져내렸습니다.


악순환은 나를 어두운 구렁텅이로 밀어넣었습니다. 구덩이에 빠진 나를 숨기려 저는 실제로 한 교회의 기도실에 몸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새벽기도 시간부터 문을 닫을 때까지 몸을 숨기고 울기만 했지요.


모든 것이 막힌, 우울의 어두운 구렁텅이 속에서 빠져나가고 싶었습니다. 10년을 공부했던 심리학 전문서적을 다시 뒤지며 답을 찾으려 했습니다.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더군요.

어떠한 지식도, 어떠한 경험도, 어떠한 사람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당신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당신의 말을 한 번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구나 싶었습니다.

더 이상 글을 읽을 수도 없었던 상태라 당신의 말이 담긴 오디오를 찾았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손을 내밀려 하자, 당신의 나를 꼭 붙잡아 주었던 때가.


이제 다음이 마지막 편이 되겠네요.

줄여서 쓰는 건 참 힘든 일입니다.

그래도 당신이 나에게 준 변화를 잘 얘기해보려 합니다.


오늘도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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