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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사랑가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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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KIM Feb 05. 2022

당신을 만난 이야기, 마지막

시편 1:2

J에게


이제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당신을 만난 이야기는 마지막이지만

당신과 함께 하는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겠지요.


제가 잘못 했습니다


당신의 말은 생명이었습니다.

어둠의 구덩이에서 당신의 말을 듣고 또 들었습니다. 갓피플앱으로 근 3개월을 매일 당신의 말로 나를 채웠습니다. 당신의 말이 나의 생명을 그리고 나의 영혼을 살려내었습니다.


그렇게 들리지 않던 당신의 말이 들리더군요.

당신의 말은 뼈와 근육을 뚫고 들어와 나의 진짜 모습을 보게 했습니다. 내가 얼마나 추한 사람인지, 얼마나 욕심이 많은 사람인지, 얼마나 죄인인지를..


비로소 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렀지요. 10일을 멈추지 않는 눈물로 채웠습니다. 제 입에서 나온 말은 오직 하나였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40년의 나의 삶이, 기억나지도 않았던 순간들이, 필름처럼 그리고 엑스레이 사진처럼, 눈 앞에 지나갔습니다. 받았던 상처와 주었던 상처가 나를 찌를 때마다 용서해달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라는 인간은 불완전하며, 받았던 상처를 되돌려주는 죄의 굴레에 묶여 있는 존재였습니다. 그 굴레가 그제야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엄청난 죄들을 당신이 나 대신 지셨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발가벗겨진 나의 실체를 보는 것은 힘든 일이었습니다. 이런 나를 누가 사랑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가족, 친구, 일,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그 때 당신이 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한다는 당신.

감사함에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얼마나 오래 당신이 기다리셨는지 그제서야 알겠더군요. 방황하는 나를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지, 얼마나 조마조마 하셨을까요.


그 동안 당신은 한 번도 제 곁을 떠난 적도,

제 손을 놓으신 적도 없었습니다.


어떻게 보답을 해야할 지도, 무엇을   있는 지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묻고  물었습니다.

“제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사랑.

당신이 원하는   하나였습니다. 당신의  사랑에 비해 나의 사랑은 너무나 보잘  없었지만당신은 너무나 기뻐하셨습니다.


당신에 대한 사랑은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당신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고 싶게 만들었지요. 결국 그 사랑은 나의 가족, 친구, 사회에 대한 사랑으로 커지고 흘러갔습니다.


아빠, 사랑해요


당신은  삶을 변화시켰습니다.

사랑을 그리고 감사를 다시 배우고

두려움을 잊게 만드셨지요.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던 가족

추운 날에 굶고 있는 노숙자분들

밥을 먹지 못하고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

다른 나라에서 목숨걸고 당신을 외치는 분들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주시고, 두려움을 버리고 행동하게 하셨지요.


당신과 나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지만

이렇게 만남을 기록합니다.


어둠의 구렁텅이에 있는 단 한 사람이라도

당신을 부를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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