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의 연원

by 유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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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취 수술 이후 조리를 위해 입원한 환자가 있었다. 40대 중반 남성으로 복용하던 약도 없고 술도 잘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입원 당일, 남자는 새벽 1시에 일어나 혼잣말을 반복했다.

"새벽 1시에 왜 공사를 하는 거야 먼지 떨어지게..."

그리고 아침 7시에는 다른 말을 반복했다.

"이거 현장에서 가져오고 저거 갖다 놓고..."

해가 중천에 떴을 때 환자와 면담을 했다. 자신이 밤새 한 행위를 기억하느냐고 묻자 일부는 기억이 나지만 거의 안 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증상이 전신마취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40대에게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지만 분명 수술 후 섬망은 전신마취의 부작용 중 하나다. 섬망을 관리할 수 있는 병원이 드물기에 초기에 가족의 적극적 보살핌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자 남자는 슬픈 눈이 되었다.

"이사를 자주 다녀 동네에 친구도 없고, 아내는 새벽에 일갔다가 들어와서 먼저 자고 있어요. 딸도 나가니까 집에 혼자 있을 때가 많아요."

그가 평소 인테리어 일을 한다고 해서 그제야 나는 그의 행동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기가 뭘 하는지 의식도 없는 상황에서도 그는 계속해서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섬망을 불러온 것을 뭐라고 해야 할까. 전신마취로 인한 일시적 부작용이면 좋겠다. 하지만 오랜 시간 가족 안에서 고립되어 일만 반복하다 마음이 고장 난 거라면? 더군다나 이미 가족과 정이 식어 서로 돌봐주지 않는 처지라면? 외로움이 그 뿌리였다면 앞으로도 호전되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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