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by 유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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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현재에 있으나 마음은 현재와 과거 미래 세 곳에 나누어 살아가고 있다. 과거를 후회하고, 현재에 매달리고,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할 때가 많다.

오늘은 미래에 대해 생각해본다. 사람들은 미래에 죽거나 다칠까 봐 걱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걱정의 양과 죽거나 다칠 확률 사이에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 운에 달렸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걱정이 아니다. 대비다. 대비를 마친 후에는 잊어버리면 된다.

대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대중적인 방법이고,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은 비범하다. 하지만 나는 비범한 것이 대중적으로 퍼져나가길 바란다. 누구나 내일 죽을 수 있는데 그에 대비한 사람은 지나치게 적어서 상실의 충격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평소 지병으로 계속해서 병원에 다니던 사람과 그 주변인들조차 죽음에 전혀 대비가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 그것은 그 사회의 문제다. 사회의 분위기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 의지로 태어난 세상은 아니지만 퇴장할 때는 준비를 하고 가는 것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향을 피워 꽂고 뒤로 물러나 두 번의 절을 한다. 적절한 시간을 엎드려 있다가 고개를 든다. 상주와도 절을 한다. 황망한 인사를 건넨다. 복장, 예법, 인사말, 식사법까지 어느 하나 가볍고 쉬운 게 없고 숨 쉬는 것도 조심스러워지는 곳이 장례식장이다. 그러나 누구의 얼굴에서도 죽음에 조금이라도 대비했었다는 기색은 찾아보기 어렵다.

나는 20대 후반에 한 번 유서를 써두었다. 아마 지금 보면 고쳐야 할 내용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 50대까지는 내버려 둘 것 같다. 돌연사를 대비할 나이는 그때쯤이 적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디 60이 넘은 사람들이라면 부지런히 유서도 쓰고 훗날을 대비해 두길 바란다. 그것이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하는, 이 세상에 우연히 찾아온 손님으로서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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