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남에게 폐를 끼친 일이 있었다. 술에 꽤 취해서 생긴 일인데 필름이 나간 건 아니지만 기분이 천국과 지옥 사이를 오가고 혀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전날의 민폐가 생각났고 나는 민망함에 이불을 걷어찼다. 하지만 이불을 걷어찬다고 벌어진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고 물론 내 기억도 지워지지 않았다. 결국 나는 이불속에 더 누워있지 못한 채 일어나고 말았다.
자신을 마주 본다는 건 누워서 떡먹기 같지만 누워서 떡을 먹어보면 생각외로 유쾌하지 않듯 자신을 마주 보는 것도 그러하다. 거울을 보면 내 얼굴이 보이고, 남들은 신경쓰지 않지만 나만 신경쓰는 작은 단점들이 보인다. 이마 구석에 있는 작고 희미한 흉터, 옛날에 여드름 짜다 생긴 콧등 위의 자국, 미간에서 살짝 머리를 내밀고 자랄 준비를 하는 눈썹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눈을 들여다보면 내 마음 깊은 곳의 숨기고 싶고 부끄러운 구석이 보인다. 남의 불행에 남몰래 웃었던 마음, 귀찮게 구는 누군가에게 욕을 하고 싶었던 마음 같은 것들이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면 그만 외면하고 싶어진다. 어쩌면 그래서 거울을, 내 얼굴을 오래 보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들은 모든 거짓말이 나쁘다고 한다. 그러나 자기자신에게조차 완전하게 솔직한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누구도 완벽하지 못하며, 부족한 단점을 들추는 것은 누구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그게 자신이라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