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는 처음 가는 공원에서 산책을 했다. 할머니 한 분만 조용히 걸어다니는 아주 한적한 공원이었는데 대부분은 우레탄폼으로 포장된 길이었지만 한 구석에는 흙으로 채워진 놀이터가 있었다. 거기엔 아무도 없었고, 컴컴하게 그늘이 져 있었으며,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런 놀이기구도 없는 것으로 보아 오래 전에 버려진 놀이터 같았다. 그 놀이터에 발을 딛는 순간, 나도 모르게 흙이 더러운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덜컥 들었다. 작은 깃털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는데 그 깃털은 비둘기의 것일 테고, 도시에 사는 비둘기가 세균덩어리라는 뉴스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릴 때는 흙에서 참 잘도 놀았었다. 논다는 말 자체가 놀이터에서, 흙에서 논다는 말이었지 PC방이나 카페에 간다는 말이 아니었다. 그 때는 비둘기가 없었을까? 흙이 더 깨끗했을까? 흙이 더 깨끗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비둘기는 지금보다 적었고 대신 참새가 더 많았던 것 같기는 하다. 또 굳이 따지자면 당시에는 놀이터에 사람이 훨씬 많았으니 흙의 오염 정도는 더 심하지 않았을지.
생각해보면 갑자기 흙이 더럽게 느껴진 것은 나이 때문일 공산이 크다. 어릴 때는 흙에서 놀다 감기에 걸리면 하루 쉬면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아프다고 하루 쉬는 것도 쉽지 않은 나이가 돼 버렸으니 말이다. 곱씹어보니 참 슬프다. 하루 쉬는 것도 녹록치 않은 삶이라니. 인간들은 어쩌자고 이런 세상을 빚어버린 걸까. 아니면, 신이 이렇게 만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