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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an 12. 2023

주식 부동산 전문가들의 예측은 '프래질'의 대표적 사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안티프래질> 독후감

 세상은 절대적인 무엇이 아니고 사람 눈에 따라 달리 보이는 상대적인 무엇이다. 그래서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개 비슷한 부분이 있기도 하다.

 <안티프래질>의 작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갑자기 우리에게 세상을 보는 전혀 다른 기준을 던져준다. 완전히 새로운 시각이다. 그것은 바로 안티프래질이다. 안티프래질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작가 역시 다양한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하는데, 독자는 인내심을 갖고 그의 설명을 따라가야만 한다. 그 난관만 극복할 수 있다면, 이 책은 사람들에게 세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살아갈지 새로운 생각을 던져주는 아주 좋은 스승이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 이미지를 보았을 것이다.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삼성전자 주가를 전망한 것인데, 무려 9만 원에서 추천한 사람도 있지만 공통적으로 7만 원 이상에서 모두 유망하다고 하거나 저평가라고 했다. 그러나 삼전 주가는 어떻게 되었는가. 5만 원조차 지키지 못할 것처럼 무너져 내리다가 새해에 겨우 6만 원선을 지키고 있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모두 예측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과연 이들을 전문가라고 추종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수년간 주식투자를 해 온 개미로서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은 주식에서만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부동산계에는 영끌오적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본 적이 없지만 아마도 집값 대세상승 하던 시기에 앞으로 더 오를 거라며, 지금 사지 않으면 앞으로 영원히 집을 못 살 거라는 말을 반복하며 공포를 조장하고 사람들이 고점에 부동산을 매수하는 데 일조한 것 같다. 2022년에서 2023년 사이에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대폭락이다. 부동산 '전문가' 역시 예측에 실패한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경제적인 예측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경제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분석 결과에 따라 행동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로부터 잃는 것이 있어야 한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예측은 리스크가 따르는 행위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즉 말만 앞세우는 사람에게 공짜 옵션을 주고 있는 것이다.... 카이사르, 알렉산더, 한니발은 모두 전쟁터에 있었다.


 즉, 주식 전문가들 중 누구도 자신이 삼성전자를 7만 원 이상(혹은 9만 원)에 대량으로 매수했다고 인증한 적이 없고, 부동산 전문가들 중 누구도 앞장서서 (앞으로 큰돈이 될, 영원히 살 수 없을) 부동산을 최대한 많이 매수했다고 인증한 적이 없기 때문에 말만 앞서고 손해 볼 일이 없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증권가에서 매수/매도 의견을 정하는 리포트를 분석해 보면 가관이다.

 코스피가 2022년 내내 하락했는데 증권가 리포트 1만 4천 건 중 3건을 제외하고 모두 매수 의견만 제시했다. 이런 리포트를 쓰레기라고 부르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저 수많은 매수의견을 낸 애널리스트 중 정말 저 종목에 순자산의 5%라도 매수한 사람이 있을까. 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들은 그저 직업적으로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매수리포트를 내고, 그 기업에서 언론사는 광고를 수주하고, 그렇게 그들은 기생해서 살아가고 있다. 그걸 믿고 사는 개미들만 온전히 바보가 되는 우스꽝스러운 게임이다.


 경제에서의 프래질이 이러한 모습을 띠고 있다면 반대로 안티프래질은 어떠한 것일까. 충격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 그것도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일단은 부채를 줄이는 것이 안티프래질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지금처럼 갑작스럽게 고금리 시대가 되었어도 부채가 0원인 사람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평소 생활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안티프래질 한 사례가 있을까. 또 같은 10억을 가졌어도 10억을 비트코인으로 들고 있는 사람보다는 금, 채권,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을 2억씩 나누어 들고 있는 사람이 더욱 안티프래질 하다. 충격에 강하고, 나중에 더욱 이득을 볼 가능성이 큰 것이 안티프래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프래질과 안티프래질은 당연히 사회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고, 의학계에서도 나타난다.

환자에게 저절로 나을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허리 수술을 최대한 삼가는 의사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수입도 시원치 않다. 반면, 환자들을 리스크에 노출시키면서도 수술은 꼭 필요하며 안심해도 된다고 말하는 의사는 돈을 많이 벌어서 핑크색 롤스로이스를 타고 다닌다.
 1940~50년대에는 많은 아이들과 10대들이 흉선 확대, 편도선염, 두부백선을 치료하고 여드름, 모반을 제거하기 위해 방사능 치료를 받았다.

 나는 독감 백신을 맞지 않는데, 그 이유는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적고 생길 수 있는 위험은 크기 때문이다(즉, 극도로 프래질 한 행위다.) 20살이 넘은 성인 남자가 독감에 걸려서 죽을 확률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30~50대 남자가 독감 백신을 맞고 죽는 사례는 극히 드물지만 '0'은 아니다. 당장 내 주변에서도 작년에 건너서 아는 40대 중반 남자가 독감 백신을 맞고 저녁에 평소처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잤는데 다음날 아침에 시신으로 발견된 일이 있었다. 죽을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차라리 독감에 걸리는 게 낫지 않겠는가. 그러한 생각으로 여태 독감 백신을 피해 왔는데 그것이 프래질을 피하고 안티프래질 해지려는 본능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서 비로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세상은 계속해서 프래질 한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하지만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안티프래질 해지는 것이 좋다. 매일 규칙적으로 세끼를 먹는 것보다 가끔 한 끼를 굶어서 위장이 비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신체기능을 더욱 원활하게 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안티프래질의 개념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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