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호주여행의 후기
4일간 호주 시드니에 다녀왔다. 일요일 저녁에 한국에서 출발해 금요일 저녁에 돌아오는, 현지에서 보내는 시간은 꽉 채운 4일인 짧은 일정이었다. 왕복 비행시간만 20시간인데 짧게 여행을 간 데는 다른 이유가 없다. 그저 더 쓸 시간이 없었을 뿐이다. 퇴사를 하지 않고서야.
호주 하면 일단 남반구에 위치해 있고, 영연방 국가고, 캥거루와 오페라 하우스가 유명한 나라다. 그것 외에는 큰 배경지식 없이 10시간의 비행 끝에 무사히 시드니에 도착했다. 입국 절차는 신속하고 간편했으며 전철을 타고 시내로 가는 거리도 무척 짧아 편했다.
박물관역(Museum stn)에 내려 처음 마주 한 시드니 시내의 풍경은 캐나다와 놀랄 정도로 비슷했다. 미국, 캐나다, 호주는 표지판을 모두 한 업체에서 구매하기라도 하는 걸까. 도로의 색깔이나 재질, 우뚝 선 건물들의 면면, 지나다니는 차들의 브랜드까지도 캐나다와 비슷했다. 다만 눈에 띄게 다른 점도 있었다. 호주는 일본, 뉴질랜드와 마찬가지로 차들이 좌측으로 통행했다.
캐나다 워킹홀리데이의 기억을 바탕으로 호주의 서양적인 면, 동양적인 면을 나름대로 관찰하며 4일의 시간을 보냈다. 대충 보면 서양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아시아의 문화도 적지 않게 느껴졌다. 뉴질랜드에선 아시아적인 느낌을 별로 받지 못했는데 신기한 일이었다.
서양적인 면을 꼽자면 이런 것들이다. 눈이 마주치면 꼭 말을 하지 않아도 눈인사를 건네는 문화, 길을 막거나 살짝이라도 부딪치면 꼭 미안하다고 하는 문화, 횡단보도 근처에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차를 일시정지 하는 문화 같은 것들.
아시아적인 면으로는 이런 것들이 있었다. 앞차가 답답하게 하거나 예측하지 못하게 끼어들면 가차 없이 경적을 울리는 문화, 에스컬레이터에서 가만히 서서 기다리지 않고 걸어가는 문화, 별로 받은 서비스도 없는데 괜히 팁을 강요당하지 않는 문화, 종업원의 눈이 마주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계산대에서 카드를 내미는 문화 같은 것들.
예상보다 아시아적인 면이 많이 보였고, 그래서 실은 생각보다 훨씬 편안한 기분으로 보낸 여행이었다. 차들이 좌측으로 다니고, 안내문이 모두 영어로 되어 있다 할지라도 행동 양식이 비슷하면 심리적으로 편안해진다. 유럽처럼 너무 느긋하지 않고, 한국처럼 너무 빠르지도 않은 시드니의 문화가 나에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거기서 사는 한국인들은 다르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살았으면 어땠을까? 그게 궁금해져서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만 다녀온 것을 살짝 후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