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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두나 Apr 30. 2019

#10. 그럼에도 불구하고, Viva La vida

3년을 만난 우리는 연애 기간 동안 싸운 것의 세, 네 배를 결혼 준비를 하는 근 8개월 동안 싸웠다. 사실 중간중간 이 결혼이 옳은 일일까? 지금이라도 멈춰야 하는 것은 아닐까? 와 같은 생각으로 밤을 지새운 적이 많다. 3년을 만났음에도 나는 비버씨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았고, 비버씨 역시 나에 대해 모르는 면이 너무나도 많았다. 이는 우리 둘 뿐만이 아니라 평생을 함께해 온 가족, 부모님에게도 해당하는 문제였다.


하지만 사랑의 힘은 위대하고 경이롭기에 우리는 이 억 겹의 고난을 헤쳐 결혼의 문을 넘을 수 있었다. 다행히(?) 나는 과정보다 결론을 더 중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결혼식을 해피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모순된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내가 행복하다는데 무슨 상관이랴.


결혼 후에도 주말부부를 결심한 우리는 각자의 거처가 필요했다. 나는 운 좋게도 사택에 들어갔고, 비버씨는 S시에서 적당한 오피스텔을 얻었다. 다행히 풀옵션이라 침대와 책상 외 따로 구매할 것은 없었다. 따지자면 필요한 건 돈 밖에 없었지.


허나 사택의 경우 가전제품은 고사하고 가구조차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전부 새롭게 구매를 해야 했다. 신혼집도 아닌데 신혼살림을 꾸리려니 부담스러웠으나, 주변의 도움을 받아 대부분의 가구들을 중고로 받을 수 있었다. (냉장고 및 세탁기, 하다못해 선풍기와 청소기 마저도. 이 자리를 빌려 이 모든 가전제품을 넘겨주고 귀국하신 전 상사님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사설은 이 정도로 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양가 부모님에게 100%는 아니지만 80% 정도 만족시키는 결혼 방식을 선택했다.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지만!


물론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어지는 잡음과 불협화음을 해결하는데 준비 기간인 8개월을 오롯이 투자했고, 이는 결혼식이 끝난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아마도 영원히 지속되겠지, 누가 그러더라. 결혼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그나마 '남'이었던 당신이 '님'이 되었고 사회적으로도 오롯이 나의 '님'이 된 것이 크나큰 위안이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결혼식에 ‘우리’, 결혼의 주체가 되는 ‘곰두나’와 ‘비버씨’의 의견대로 이루어진 것은 결혼 날짜와 장소, 웨딩드레스 밖에 없었다. 이 얼마나 웃픈 사실인가. 울지 못해 웃었던 경우는 어디 한둘일까, 



곰두나와 비버씨는 평생을 함께 하기 위해 놓인 많은 선택지 중 ‘결혼’을 택했다. 


그것은 옳은 결정이었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질문에 정답은 없다. 단지 나는 '옳은 결정'을 택했다고 믿고 있고, 그렇게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혼자만의 '비바 라 비다'보다 나와 그가 함께여서 더 행복한 '비바 라 비다'를 외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 둘이서 함께, 영원히, 인생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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