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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May 06. 2021

나를 잃었을 때 미친 듯이 쓰기 시작했다

[출간 전 연재_ 1화]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다산초당)





슬픔과 불안에 휩싸인 순간이
바로 당신이
비로소 쓰게 되는 순간이다




글을 쓰려는 사람들은 어쩌면 어딘가 불행한 사람들이다. 행복한 사람은 대체로 글을 쓰려하지 않는다. 외로운 사람, 고통 안에 있는 사람, 상처 받은 사람만이 무언가를 애써 글로 토해낸다.

 

내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나는 내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다다랐을 때다. ‘나는 진짜 나로 살고 있나?’ 혹은 ‘이 삶이 정말 내 것일까?’라는 질문 끝에 달린 의문 부호가 점점 커지더니 어느샌가 나를 쓰기의 세계로 밀어 넣었다.


펜을 들었다. 아니, 동아줄을 잡듯 펜을 붙들었다. 여기서 더 멀어지면 다시는 나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아서 본능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억압된 인간은 점점 굳어져가다가 글이라도 써서 억눌린 것들을 해소하려고 한다. 아니, ‘하려고 한다’는 의지가 아니라 ‘해야만 한다’는 절박함으로 쓴다. 글을 씀으로써 자기 안의 짓무른 것들이 씻겨 내려간다는 걸 인간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게 틀림없다.


사제이자 신학자인 헨리 나우웬이 그랬듯 나는 ‘상처 받은 치유자’가 되어 여기에 있다. 고통과 상처에서 살아 돌아온 자만이 울릴 수 있는 비상경보기를 울리는 것이 나의 의무라는 걸 직감하고 있다. 지나온 고통은 내가 그것에 관해 써야 비로소 의미를 획득할 것이고, 그 글이 나누어질 때 한 번 더 의미를 부여받을 것이다.


오늘도 글을 쓰려는, 자기 앞의 생으로부터 소외된, 삶이란 핍박을 견디는 모든 이에게 인사를 건넨다. 평안에 이르고 싶지만 아직은 그러지 못하는, 나 자신이 될 수 없음에 홀로 좌절하는, 어딘가 조금 불행한 사람들에게.




2021년 5월 10일,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가 출간됩니다.

글을 쓰려는, 쓰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건넵니다.

아마도 쓰기를 지금보다 더 열렬히 원하고 사랑하게 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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