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쿠버와 대마초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 끔찍한 대마향이 느껴진거야

by 홍세구


웰컴 투 벤쿠버!


... 이렇게 외칠 수 있을만큼 여유로운 상태였으면 좋았을텐데.

무사히 벤쿠버 공항에 도착한 우린 숙소 찾아가기라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됐다.

택시를 타고 가면 수월했겠지만,

기본적으로 난 여행을 할 때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 교통을 타며 그 나라를 직접적으로 느껴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고, 한국에서도 단순한 산책으로 하루 2만보는 기본으로 걸어다닐 수 있는 체력의 소유자다.

그랬기에 택시는 우리(특히 나)에게 있어 최후의 보루.


다행히 숙소는 벤쿠버 공항에서 스카이 트레인(벤쿠버의 전철)을 타고 30분 정도만 가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노선이 열 개가 넘어가는 서울과 비교하면 정말 단순한 노선이었고 가고자 하는 목적지의 역이 어느 zone에 위치하고 있는지만 잘 확인하면 이용하는 것에는 별 어려움이 없는 구조였다.

우리의 숙소가 위치하고 있는 곳은 1zone.

이제 기계를 통해 표를 사고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탑승만 하면 되었다.


"1zone이 없는데?"


어떻게 된 거지?

기계의 화면에는 마치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표를 살 수 있는 버튼이 보이지 않았다.

이럴 땐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르겠지.

난 아무런 생각없이 검은 유니폼을 입은 두 남녀에게 말을 걸었는데, 두 사람은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뿐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대신 길을 지나가던 아저씨 한 분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알려주었다.

알고보니 내가 처음 말을 걸었던 두 남녀는 바로 경찰.

우리나라는 지나가다 보이는 경찰에게 길을 물어보거나 하는 등의 도움을 요청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데 캐나다는 아니었나보다. 내 착각일수도 있겠지만 그 두 경찰의 눈빛은 겨우 그런 일로 경찰에게 말을 걸어?하고 나무라는 것만 같았다.


우리가 기계로 표를 살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무료였기 때문.

연말 이벤트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말이나 홀리데이에는 무료로 스카이 트레인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지하철과는 다르게 귀여운 느낌이 드는 스카이 트레인.

게다가 무료!

도착하자마자 이게 무슨 행운인지!

난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것을 감사하며 스카이 트레인에 몸을 실었고, 역 밖으로 나오자 마자 이 생각을 후회하게 되었다.


여기도 불금, 아니 불토라 이거지?


거리는 이태원이나 홍대 밤거리처럼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휴일의 밤에 취해있는 정신 없는 사람들.

옐로나이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파와 정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넘치는 거리.

28인인치 캐리어와 함께 저들을 뚫고 10분이나 더 걸어야 한다니.

다시 옐로나이프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일단 몸은 숙소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최고의 치안을 자랑하는 한국에 살고 있는 이상,

외국의 밤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경계가 되는 존재였고, 내 샛노란 캐리어를 알아들을 수 없는 말과 함께 장난식으로 툭툭 건드리는 20대들이 넘쳐나는 이곳은 더욱이 나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렇지 않아도 예민한 내 신경을 건드리며 풍겨오는 끔찍한 냄새.


"이게 대마초 냄새인가봐."


캐나다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우리나라에서는 마약으로 취급하는 대마초가 합법이라는 것. 그래서 캐나다 어디에서도 대마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

지금은 모르겠지만 어릴 때만 해도 내 나라는 마약 청정국가라 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대마 냄새라는 건 과연 무슨 냄새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대마 냄새에 비하면 담배 냄새는 향기로울 지경이다.

한국 길거리에서 갑자기 풍겨오는 담배 냄새를 준비도 없이 맡아야 할 때면 기분이 안 좋아지곤 했는데, 그건 평화였다라는 생각이 들만큼 대마 냄새가 너무 역겨웠다.

더욱이 한국의 노숙자들과는 사뭇 다른 눈빛을 하고 있는 듯한 홈리스들이 한 걸음 걸음마다 자리를 깔고 앉아 있었고 비까지 내려 축축한 거리는 벤쿠버의 밤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첫인상만 말하자면, 별로였다.


늦은 시간에 벤쿠버에 도착했기에 우리는 오늘의 일정을 짐을 풀고 잠에 드는 것으로 마무리 해야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일은 분명 다를 거야.'



-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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