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첫 코스트코. 그런데 벤쿠버를 곁들인
혼란과 불안이 가득했던 벤쿠버에서의 첫날이 가고 둘째날 아침이 밝았다.
일정 상 벤쿠버를 온전히 둘러볼 수 있는 날은 오늘과 마지막 날 뿐이었다. 마지막 날은 여행의 피곤도 풀 겸 '아무것도 안하기' 정도로 계획을 세웠기에 우린 벤쿠버에서의 해야할 일을 오늘 모두 하는 것으로 꽉꽉 채웠다.
개스 타운의 증기 시계, 쇼핑몰, 인기 레스토랑 등 많은 곳을 갔지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코스트코였다. 기본적으로 나는 여행할 때 쇼핑을 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돈을 쓴다면 지역의 특성이 담긴 마그넷과 스타벅스 머그컵을 구입하는 것 뿐. 모든 여행이 끝나고 나서 돈이 남는다면 출국하기 전 공항에서 남들이 많이 사는 과자나 기념품들을 구입해서 가족들에게 나눠주곤 한다.
하지만 내 친구는 달랐다. 여행 떠나기 몇 달 전부터 캐나다에서 구입하면 저렴한 브랜드들과 영양제, 과자, 옷 등을 사전 조사해 쇼핑 목록을 만들어 왔다. 그리고 이것들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코스트코를 가자는 제안을 해왔다. 한국에서도 코스트코를 가본 적이 없는데 캐나다에서?
흥미가 일었다.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유명한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는 거대한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오직 캐나다에서만 해볼 수 있는 경험을 한다는 것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숙소에서 코스트코 매장까지는 도보로 20분. 비가 오는 날씨였지만 도시를 둘러보고 싶은 마음에 걸어가는 것을 택했다. 물론 택시를 타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도 함께였다.
코스트코는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창고형 매장. 매장에 입장을 하려면 일단 멤버십 가입부터 해야 한다. 난 이 부분을 당일 날 알게 되었고 다행히 친구가 미리 멤버십 카드를 만들어서 함께 입장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방문해본 코스트코. 게다가 캐나다라니. 어딘가 감회가 새로웠고 거대한 스케일은 어딘가 나를 압도하게 했다.
난 친구가 만들어온 쇼핑 목록을 참고 삼아 쇼핑을 하기로 했다. 이번에도 역시 나를 위해 물건을 사는 것보다는 가족들에게 나눠줄 물건을 골라 담았다. 영양제와 소화제, 유기농 과자, 팀홀튼 커피 등등... 친구를 쫓아 이것저것 담다보니 어느새 카트가 가득찼다. 메이플 쿠키도 구입하려고 했는데 놀랍게도 코스트코에는 메이플 쿠키를 팔지 않는다. 모든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메이플 쿠키를 팔지 않다니... 직원과의 소통이 잘못 된 것인가 싶어 계속 돌아다녔지만 진짜로 없었다. 메이플 쿠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이 물건들을 모두 담아갈 쇼핑백을 구입하는 것.
"여긴 쇼핑백을 팔지 않아요."
커다란 타포린 백을 찾아 매장을 몇 바퀴나 돌았을까... 더이상은 안 될 것 같아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게다가 계산대에서 구입할 수 있는 종이 쇼핑백도 판매하지 않는다는 대답도 들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친구가 한국에서부터 들고온 포켓형 장바구니를 꺼내들었다. 사은품으로 받은 것인데 혹시 몰라 가지고 왔다고. 우린 무거운 물건부터 장바구니에 담고 나머지는 들고 가기로 했다.
우린 돌아오는 길에도 도보를 택했고 이때 고가 도로 밑으로 난 길을 지났는데, 그 풍경은 아직도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있다.
우리가 지나온 고가 도로 밑 도로는 마치 미국 드라마에서나 보았던, 불량 청소년들이 밤에 모임을 갖고 자동차보다는 오토바이가 더 어울릴 법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게다가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 느낌이 다소 험악했다. 대낮이었지만 맞은편에서 누군가 걸어오면 괜히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물론 이건 그냥 내 편견일 뿐 실제로 위험한 길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무사히 코스트코 쇼핑을 마친 우리는 숙소에 들러 잠시 쉼을 갖은 뒤 본격적으로 벤쿠버 여행을 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과연 좋지 않았던 벤쿠버에 대한 인상을 뒤집을 수 있는 이벤트가 벌어질까?
- 다음 편에서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