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첫 아침은 모든 것이 낯설었고, 동시에 신선했습니다. 도착한 나라의 공기는 사뭇 달랐고,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풍경 속에서 진짜 혼자가 되었음을 실감했어요. 누군가의 도움 없이 오로지 나 자신을 믿고 길을 찾아가야 하는 여정은 생각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낯섦 속에서 저는 처음으로 나 자신과 마주할 기회를 얻게 되었죠.
처음 며칠 동안은 어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어쩌면 더 쉬웠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 고독한 시간들이 오히려 내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게 했습니다. 카페의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지금 무엇을 찾고 있는 걸까?라고 스스로에게 자주 물었습니다.
낯선 도시의 골목을 걷다가 갑자기 눈물이 핑 도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왜 눈물이 났는지, 이유조차 알 수 없었어요. 아마도 그동안 마음속에 억눌려 있던 두려움과 불안감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과정이었겠죠. 그러다 문득, 그런 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동안은 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스스로를 몰아붙였지만, 지금은 그저 내 감정을 느끼고,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필요했음을 깨달았습니다.
하루는 어느 작은 마을에 도착해, 너무 아름다운 풍경을 만났어요. 푸른 하늘과 푸르른 들판, 그리고 그 위로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빛. 그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여기까지 오길 잘했어." 처음으로,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 길이 정답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선택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씩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습니다.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도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고민이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들 역시 자신만의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고, 그럼에도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인상 깊었죠. 그들의 이야기는 마치 제게도 "너도 충분히 할 수 있어"라고 말해 주는 것 같았어요.
여행의 끝 무렵, 저는 여행을 떠나기 전보다 한결 단단해진 마음으로 돌아올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길이 인생을 바꿀 확실한 답을 주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저는 하고 싶은 것을 직접 선택하고 책임을 다할 때, 충만함을 느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제 선택을 신뢰하지 못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많이 따라왔습니다. 그런 저에게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 나만의 마음을 따르는 일은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을 따르는 선택은 정말 기분 좋은 충만감이 있었습니다. 결과와 관계없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