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로서의 일상은 분주했습니다. 매일 병원에 출근해, 정해진 업무를 처리하고, 환자들과 소통하며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갔어요. 안정적인 수입과 정해진 일과는 많은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사기도 했죠. 하지만 저는 그 일상 속에서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권태감이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일이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는 법이니까." 스스로를 달래며, 그저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려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허전함은 점점 더 커졌어요. "내가 정말로 잘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죠.
퇴근 후 혼자 남아 그 질문을 곱씹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도 다른 일을 해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점점 자라났어요. 하지만 곧 현실적인 걱정들이 뒤따랐습니다.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로 뛰어드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
사람들은 종종 안정과 변화를 놓고 고민하게 됩니다. 저 역시 그랬죠. 안정된 생활에 대한 안도감과, 변화를 향한 두려움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어요. 그러면서도 내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답은 아무리 고민해도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때 깨달았어요. 생각만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요. 그래서 저는 처음으로 내 자신에게 기회를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맞는 길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어쩌면 잠시 멈춰서서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낯선 곳으로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불안함이 발목을 잡기도 했습니다. '여행을 다녀오면 무엇이 달라질까?'라는 의문도 있었죠. 하지만 그때는 알 수 없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아요. 불확실함을 향해 한 발짝 내딛는 것, 그걸 통해서만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그렇게 저는 한 달간의 유럽 배낭여행을 계획했습니다. 그동안 쌓여 있던 고민들과 불안을 모두 짐에 담아, 낯선 길로 떠나기로 했어요. 안정적인 현실을 잠시 내려놓고, 나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불안함을 마주할 용기를 얻은 순간, 처음으로 제 삶의 주도권을 쥐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