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저는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현실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나 자신을 다시 찾기 위한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으니까요. 한 달간 유럽을 홀로 여행하는 것이 나의 꿈이었습니다. 아이를 갖기 전에, 이 꿈을 반드시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어요. 그래서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토록 먼 곳으로 떠나려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뒤로하고, 또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면서까지 여행을 가는 게 정말 필요하냐고 말이죠. "다녀오면 뭐가 달라지겠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 자신도 잠시 흔들리곤 했습니다. 사실 저도 그런 의문을 품었으니까요.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어요. 이 여행은 그저 잠깐의 탈출이 아니라,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이 될 거라고요. 그동안 불안에 사로잡혀 고민만 하던 시간들에서 벗어나, 이제는 내 마음을 진정으로 마주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어쩌면 여행에서 돌아오더라도 모든 답을 찾을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 과정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더 선명해질 거라는 희망을 품었어요.
짐을 싸면서도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정말 이 결정을 잘한 걸까? 여행을 다녀오면 내 미래가 더 분명해질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죠. 그래도 그때는 떠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여행 가방 속에 그 모든 불안과 의문을 담아, 비행기 티켓을 손에 쥐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 집에서 혼자 짐을 싸면서 나 자신과 깊이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수첩에 "나에게 이 여행은 어떤 의미일까?"라고 써보았어요.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여행을 통해 꼭 나 자신을 찾아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낯선 곳에서의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흔들고, 새로운 길을 보여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던 순간,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 한편이 조용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품고 있던 수많은 불안과 질문들이 조금은 가벼워진 것 같았어요. 낯선 나라에서 마주할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곳에서의 모든 순간이 나에게 새로운 답을 줄 거라는 믿음을 품었습니다.
그 여행이 제게 무엇을 가져다줄지는 아직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통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마음 한구석에서 희망이 피어나기 시작했어요.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새로운 시작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을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