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작은 유튜브 채널에서

by 성민

세상에 정답이 없는 문제는 없다. 답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고 고민하면 어딘가 힌트가 떠오르는 법이다.


내가 당시에 원했던 키워드를 기록해보자면,


근무시간이 10A-3P일 것(아이들 등하원이 가능할 것)

스케줄이 비교적 유연할 것

주5일 x

시대의 흐름에 맞는 일(발전 가능성이 있는 일)

나중에 확장 가능한 일

내가 조금이라도 흥미를 갖고 있는 일

이왕이면 창작하는 일


이 조건에 해당하는 일을 찾기 위해 온오프라인을 모두 뒤져보았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거나 엄마이면서 성공한 사람들을 열심히 찾았다. 대부분 조력자와 함께 아이가 어린 시기를 버텨나가거나, 창업을 선택하는게 대부분이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자면 나는 창업이 끌렸다. 하지만 보통 많이 창업하는 떡 공방, 디저트 카페, 풍선 제작 등은 그리 끌리지 않았다. 재미는 있을 것 같은데 내 성격상 오랫동안 지속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리고 자본금도 없었다. 있더라도 큰 자본금을 나 스스로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업종에 투자하는건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내가 선택한건 SNS였다. 당시 블로그나 유튜브로 부업을 하자는 열풍이 불고 있었다. 레드오션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막상 들어가보니 살만한 틈새는 다 있었다. SNS로 월 천을 버는건 어렵겠지만, 카페나 식당에서 상품 제공을 받고 리뷰를 써주는 정도는 조금만 준비하면 누구나 할 수 있었다. 나는 아이들을 임신했을 때 SNS에 처음 입문하여 여러 플랫폼을 경험해보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강의가 쏟아지는데도 여전히 새로운 강사가 등장하고 새로운 유저가 등장할 정도로 SNS의 확산세가 컸다.


내 블로그는 육아블로그로 시작해 여러 제품을 리뷰하고 있었다. 반려동물 협찬 제의도 자주 들어왔고, 식당과 카페도 자주 방문했다. 블로그의 힘을 느꼈던 사례중 하나가 산후도우미였는데, 내가 리뷰했던 산후도우미 선생님의 예약이 가득 차는 걸 보고 블로그 마케팅이 정말 필요하구나 깨달았다.


다만 블로그 특성상 특정 정보를 찾기 위해 들어오는 수요가 많아, 사람들이 원하는 글을 써야한다는게 아쉬웠다. 세상에 많고 많은 그저 그런 블로그중 하나가 되는 것 같아 갈증이 났다. 육아를 하다보면 느끼는 점이 많고, 나만의 방식으로 잘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글은 인기가 없었다. 검색 수요가 적었기 때문이다. 또 콘텐츠 내용 자체에 집중하다 보니 리서치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글을 지속적으로 쓰기가 어려워졌다.


유튜브는 또 다른 생태계였다. 알고리즘 기반이라 관심사 위주로 추천해줘 콘텐츠 자체의 퀄리티를 높이는 게 메인 전략이었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정보는 유튜브에 좀더 맞겠구나 싶어 유튜브를 도전하게 되었다. 하지만 유튜브도 쉽지 않았다. 정보 전달형 유튜브는 사람이 나와 설명을 하고 이해가 되기 쉽게 편집을 해야 하는데, 일단 촬영부터가 너무 쑥스러워 난관이었다. 또 내 성격상 나는 나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걸 선호했다. 브이로그에 어울리는 포맷이었으나, 브이로그는 캐릭터성이 강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었다.


나는 채널을 총 세개를 키웠다. 첫번째 채널은 블로그를 통해 트래픽을 끌어와 유튜브로 연결하는 전략으로 초기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영상 특성상 개인정보가 많이 드러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겁이 나서 중단했다.


두번째 채널은 아이들의 일상을 담고 싶어 시작한 브이로그 채널이었다. 유명세보다는 기록용이었다. 아이들에 대한 애정으로 꽤 오래 유지했고, 지금도 잘 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덜 지루하게 볼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편집하다보니 감각이 조금씩 생겼다. 피사체의 움직임이나 색감, 구도 등을 고민하다보니 확실히 개선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며 점차 촬영이 어려워졌다. 예쁜 모습을 카메라를 통해서 먼저 봐야한다는 점, 항상 기획을 고려해야 해서 매사가 피로해진다는 점, 무엇보다 엄마로만 존재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부족함을 느꼈다. 크리에이터의 삶은 쉬운게 아니었다. 그리고 아이가 점차 자라며 얼굴 노출과 개인정보 이슈가 염려가 되어 제작을 중단했다.


세번째 채널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나서는 과정을 담아낸 채널이다. 사실 이 채널은 나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시작했다. 대학병원 퇴사 후 정말 힘들었을 때, 글을 쓰고 브런치에 올리며 자기 회복을 했던 그 원리와 같았다. 살면서 이젠 괜찮아졌을거라고 생각해도 드문드문 올라오는 기억들을 어찌할까 고민하다 영상으로 제작해서 올려보았다. 그리고 아주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사랑을 받았다. 댓글창을 보다보면, 아주 환하고 따뜻한 사랑이 담긴 황금빛 비를 잔뜩 맞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내 속에 남아있는 트라우마가 황금빛 비에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치유를 위해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고, 또 세상에 드러내보이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또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사랑을 나누는 경험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지도. 앞으로 업을 정할 때도 이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선별해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퇴사 경험을 꺼낸 이후에는 간호사로서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내가 경험한 중소병원의 이야기나, 신규가 한방병원을 들어가도 될지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나처럼 퇴사후 힘들었던 사람들이 있다면, 정말로 괜찮다는 위로를 전했다.


더이상 간호사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나자, 나는 나의 현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전업주부로서의 생각을 나누기도 했고, 내가 알아보고 있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좋은 기회가 있어 요양보호사 강의를 나가게 되었을 때도 영상을 남겼고, 진로 직업 특강 강사가 되었을 때도 영상을 만들었다. 마케터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도, 취직을 하기로 결심했을 때도 영상을 남겼다. 이 채널 영상들은 소위 말하는 ‘떡상’을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천천히 쌓여 내가 걸어온 길을 증명해주었다.


여전히 구독자는 1000명이 안된다. 하지만 이 작은 채널에 남겨진 이야기는 널리 퍼져 종종 좋은 기회를 가져다준다. 구독자가 500명이 되지 않았을 때, 간호사 소식지에서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간호사’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구독자가 갓 900명이 되었을 때는 쌍둥이 육아를 하며 재취업에 성공한 점이 인상적이라며, 김창옥쇼 출연 제안’이 들어왔다. 그리고 1000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은, 클래스 101에서 ‘경력단절에도 불구하고 재취업을 할 수 있었던 방법’에 대한 강의 제안이 들어왔다.


재취업에 성공했을 때에도 인사 담당자가 내 채널속 영상이 아주 감동적이었고 인상깊었다는 평을 남겨주었다. 이제 유튜브 채널은 나 대신 일하는 포트폴리오나 다름이 없다. 이렇게 날것 그대로의 콘텐츠로도 말이다.


지금 후회하는건, 왜 더 촘촘하게 기록해두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더 빨리, 진심을 담아, 기록을 해두었으면 좋겠다.

그 기록이 미래의 당신에게 무엇을 가져다줄 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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