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 노트
안녕하세요. 그동안 MSBR 교육을 다시 듣고 QPR 전문가과정을 수료하고, 또 집단 슈퍼비전을 받으면서 상담자로서 채워지는 시간을 보냈어요. 그래서인지 블로그에 글로 남겨두고 싶은 몇 가지 글감이 떠오르더라고요. 이 불씨가 사그라들기 전에 글로 기록해두지 않으면 사라질 걸 알기에 조바심이 나네요.
그래서 오늘은 내담자들께 마음챙김 명상을 안내하면서 마주했던 질문들에 대해 나름의 답을 정리해보려고 해요. 이전에 마음챙김 명상에 대해서 두 개의 글을 남기기도 했어요. 생각과 새로운 관계 맺기: 마음챙김 (2020), 마음챙김 명상 3박 4일, 다시 고요해지다 (2023). 글을 다시 읽어보니, 점점 마음챙김 명상과 친해지고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껴요. 여전히 마음챙겨 지내는 게 참 어렵지만요. 그럼 시작해볼까요.
1. 정확한 자세를 먼저 안내한다. 그런데 꼭 등을 대지 않고 세워서 앉아야 할까?
- '머리와 목 등을 일직선이 되게 세우고 위엄있고 바른 자세'로 안내합니다. 팔다리는 교차하지 않고 발바닥이 바닥에 닿도록 합니다. 바닥에 앉아서 한다면 엉덩이를 받치는 쿠션이나 방석으로 고정합니다. 그리고 부드럽게 눈을 감습니다
- 너무 경직되지 않게 신체의 현재 느낌을 알아차리고 깨어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위엄있게 척추가 자력으로 지탱할 수 있도록 등을 대지 않고 앉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이완되어 쉽게 졸리거나 일상적인 자동조종모드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지금-여기의 감각에 주의를 부드럽게 돌리는 것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에요. 위엄있는 자세는 바로 연습하는 명상의 태도-자기신뢰, 자기수용, 인내심, 주의각성과 같은 내적 태도-와 대응하는 신체적 자세입니다.
2. 안내자가 보기에 점차 자세가 틀어진다면 그대로 진행해도 괜찮을까요?
- 내담자가 점차로 고개를 숙이거나 등이 구부정해지는 것처럼 나도 모르는 새에 오그라드는 자세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머리가 기울어져있는 경우는 생각에 잠긴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틀어져있을 때 다시 자세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지금 내 자세가 어떠한지 알아보도록 안내해도 자세가 교정되지 않는다면, 목과 머리를 위엄있는 자세로 일직선이 되었는지 점검해보도록 안내합니다.
- 때에 따라 다르지만, 심호흡 후에 그라운딩하듯이 내 몸이 맞닿아 있는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 감각을 알아차리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마음이 바쁘거나 주의를 가져오는 것이 힘들 때, 혹은 침투적인 생각이나 심상이 반복될 때, 지금 내 몸이 자리잡고 있는 발바닥, 엉덩이, 허벅지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안전하고 비교적 주의를 기울이기 쉬울 수 있어요.
3. 자세가 편하다면 눈을 감고 호흡에 주의를 기울인다. 호흡이 불편하면 어떡하나요?
- 마음챙김 명상을 시작할 때 처음 한두번은 깊게 들이마시고 한톨도 남김없이 내쉬도록 심호흡을 안내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이후에는 편안한 호흡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면 됩니다. 호흡을 통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더 잘하기 위해, 더 깊게 쉬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단지 숨 쉬는 대로 호흡을 그냥 두고 바라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감각 호흡 감정 생각을 없애거나 바꾸려는 식으로 통제하기 바쁘다면, 마음챙김 명상은 그저 허용하는 연습이거든요. 만약 호흡이 얕거나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것 역시 그저 알아차리고 다시 부드러운 호흡 그자체로 주의를 가져옵니다. 다른 경험에 대해서도 생각이든 불쾌한 감각이든 있는 그대로 허용해봅니다. 바꾸거나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구나, 알아차리고 주목하고 다시 돌아옵니다.
- 마음은 호흡에서 벗어나 생각이나 계획 공상으로 떠돌아다닙니다. 괜찮습니다. 그것은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이고 실수나 실패가 아닙니다. 주의가 더 이상 호흡에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조용히 나에게 축하를 보내봅니다. 이제 나는 돌아왔고 경험을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부드럽게 신체감각으로 주의를 돌려봅니다. 마음에서 지금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고 의도를 가지고 주의를 부드럽게 돌리는 것이 마음챙김입니다.
- 마음챙김 호흡명상을 한다고 해서, 호흡에만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내담자가 마음챙김 명상에 익숙해졌다면, 점차 지금 내 몸과 마음의 경험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흘러가는 경험으로 볼 수 있도록 안내해도 좋습니다. 지금 이 순간 마음에 무엇이 지나가는지 알아차려봅니다. 어떤 생각이 떠올랐나요? 다시 가능한 최선을 다해 떠오른 생각을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로 알아차린다. 그걸 알아차리고 그 순간에 떠오른 감정에 주목합니다. 특히 불편감이나 불쾌한 감정이 일어났다면 거기에 주목하십시오. 이것들을 밀쳐버리거나 쫓아버리지 말고 일정하고, 아 거기에 있구나라고 허용해봅니다. 아 거기 있구나, 이게 바로 지금 드는 느낌이야라고 말해봅니다. 그리고 신체감각에서 긴장감 받치는 느낌 다른 느낌이 있는지? 그걸 다시 자각하고 주목합니다. 좋습니다. 그게 지금의 느낌입니다.
5. 마음챙김 명상을 하는 도중 몸을 움직이고 싶을 때는 그렇게 해도 되나요?
- 안내자는 '해라, 마라'의 경험의 통제가 아니라 그런 마음을 친절한 마음으로 바라보도록 안내합니다. 몸의 어떤 부분에서 어떤 감각이 느껴지는지 알아차렸다면, 그에 따라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런 마음을 먼저 바라보고 관찰하면서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면 됩니다. 바쁘게 굴러가면서 나도 모르는 새 행동하는 자동조종 상태에서 벗어나서, 등이 뻐근하고 무거움과 이를 시원하게 움직이고 싶은 마음을 알아차리고 잠시 움직이며 그 감각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도록 안내합니다.
6. 일상에서 연습할 때 몇 분 정도면 좋을까요? 아침저녁 중에 더 좋은 시간대가 있나요 뭐가 다른가요?
- 내담자가 일상에서 연습하고자 할 때 몇 가지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정해진 것은 없지만, '15-20분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라고 안내합니다. 너무 길다면 마음이 흩어지고 지루함을 느끼기 쉽고 너무 짧다면 마음챙김 명상에 충분히 머무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금-여기에 온전히 존재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은 개인마다, 상황마다, 다릅니다. 유연하게 하셔도 좋습니다.
- 아침에 한다면, 나로 돌아와서 being 모드로 깨어있는 상태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자동조종모드로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기 전에, 내 몸과 마음을 살피고 조금 더 주체적으로 통제감을 느끼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녁에 한다면, 행동하느라 바빠서 들여다보지 못한 지금 여기에 있는 마음으로 돌아가 고요해질 수 있어요. 그러나 어떤 시간대가 중요한가보다, 나에게 그나마 시간을 낼 수 있는 여지가 높은 시간대에 하시도록 안내합니다. 낯선 행동과 친해지고 습관이 되기 위해서는 최대한 접근가능성이 높도록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아침에 하면 좋겠지만 아이를 케어하고 등원시키느라 매번 시간을 내지 않게 된다면, 마음에 부담만 얹어지니까요.
7. 호흡 명상에 대한 피드백들
- '아무 생각도 안들고 소리도 잘 안들렸는데, 멍해져요 머리가 무거워요'. 그런 감각을 알아차릴 수 있었ㄴ는지 확인해봅니다. 만약 그 신체상태를 알아차리고 돌아올 수 있었다면, 그 상태가 지금-여기의 내 몸과 마음의 경험이겠죠. 피로가 쌓여있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그러나, 많은 경우 그 신체상태에 단지 머무르고 빠져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지 호흡에 머무르는 것이라면 심호흡이나 호흡훈련에 가깝죠. 마음챙김 호흡명상이라면, 호흡 자체보다는 '내 마음의 주의가 어디에 있는지를 순간순간 관찰하고 알아차리고 주의를 되돌리는 것'에 초점이 있습니다.
- '공중부양하는 느낌. 몽롱 깃털 짓누르는 느낌이 들어요'. 지금은 이런 감각이 느껴지는구나 알아차리고 바꾸거나 통제하려 하지 않고 그대로 허용해보기. '다음날 컨디션이 피곤할텐데'라는 생각도 알아차리고 호흡으로 돌아오기.
- '이완 졸리다. 몸의 힘을 못 푸는데 가벼워진 느낌', '손 저림이 가슴에서부터 시작되는구나', '호흡이 무겁고 이질적이고, 속도도 자연스럽지 않다'와 같은 감각을 알아차리기도 합니다. 그러한 감각도 알아차리고 다시 매순간 새로운 호흡으로 주의를 부드럽게 가져오도록 안내합니다.
- 호흡확장은 호흡명상에 충분히 익숙해진 뒤에 시작해도 좋습니다. 저의 내담자의 경우 정수리에서 다리로 흘러가는 것이 어색하거나 복부까지만 된다고 피드백을 하기도 했거든요. 그럼에도 낯설어 한다면, 복부까지만 흐르는 호흡을 판단하는 마음이 들었더라도, 어색하거나 불편하거나 이상하다는 생각을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는 연습으로 삼도록 안내합니다.
8. 자비명상에 대한 피드백들
- 자비명상/자애명상은 자신이든 타인이든 마음챙김 명상의 끝판왕이라고도 불리죠. 많은 연구에서 효과가 가장 많이 검증되었지만, 효과를 보기 전에 중도 하차되는 경우도 참 많습니다. 아무리 효과가 좋더라도, 내담자가 익숙해지고 완수하기 전에 떠나가 버린다면 효과가 무슨 소용이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효과가 있으니까 무작정 자비명상을 하는 것에 조심스러워집니다. 마음챙김 명상의 '알아차림의 대화'에 조금이라도 익숙해지고 자연스럽게 시작해도 좋겠습니다.
- 나에 대한 자비에서 '나의 모습‘을 마음에 떠올리게 하는 경우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보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감각에 머무를 때 '어떤 감각이나 느낌이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그 밖의 다른 것이 느껴지지 않는지 주의를 기울여봅니다'라고 안내하는 것처럼, 이상적인 나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음을 함께 안내해도 좋겠습니다.
- '나를 힘들게하는/했던 대상'에 대한 자비는 더더욱 어렵죠. 특히 나에게 큰 상처를 준 대상이라면 감정의 파도가 높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전후로 그라운딩 기법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도록 안내하고, '어려워도 괜찮다 그럴 때에는 나에게 이런 마음이 있구나 바라보자'라고 안내해봅니다. 힘든 감정과 생각을 알아차리고 '그도 삶의 한계를 마주하고 있다, 고통을 피하려고 애쓰고 있다'라는 자비의 마음을 품고 보내보도록 함께 머무릅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혹시 나누고 싶은 경험이나 글에 대한 피드백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