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기분이 반복될 때 어떻게 할까요? -4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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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학과 임상심리학이 발전하면서 점차 '메타 인지meta cogtition'에 대한 개념이 발전합니다. 그러니까 생각에 대한 생각, 혹은 생각에 대한 태도인데요. '생각' 자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부정적 생각이 끊임없이 드는 것이 실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진 않나요. 혹은 이렇게 밀려드는 생각에 깔아뭉개질 것이라고 짐짓 압도되지는 않나요. 이렇게 마음챙김 명상은 나를 지배하는 '생각'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연습하는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마음챙김 명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건포도 명상이 좋은 시작점입니다. 건포도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여러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귤, 키세스 초콜릿 등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이전에 진행했던 집단상담 경험을 일부 가져와보면(안전하고 따뜻한 경험에 함께하기), 처음에는 다들 새로운 것을 느끼지 못했다, 다 아는 것들을 느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각자 경험한 것을 함께 나누면 새로운 감각들이 많이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누군가는 키세스 무늬가 예쁘다는 시각을, 진한 초콜릿향을, 입안에서 느껴지는 텁텁함, 초콜릿이 녹고 남은 쿠키의 질감처럼 각자 새로운 감각들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전 글에서 여러번 강조했듯이,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느라 흘려보낸 감각들은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거와 미래를 현재와 비교하는 것이 우울과 불안을 늘리기 쉽다면, 우리는 현재에 머물며 그것들로부터 잠깐 멀어질 수 있습니다. 생각에 대한 판단 자체는 생각을 통제하려는 무의미한 시도를 하게 합니다. 반면에 현재의 감각에 집중하는 일은 감정과 연관된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혹시 운동을 하며 숨찬 감각, 아침에 따뜻한 아메리카노나 차를 마시며 감각에 집중했던 순간이 떠오른다면, 여러분도 이미 마음챙김 명상을 실천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렇게 감각으로 돌아가는 활동은 다양하지만 그래도 호흡명상 만큼은 배워두면 도움이 됩니다(youtube 마보 호흡명상). 왜냐하면 호흡은 우리가 '언제 어디서든' 하고 있기 때문에 준비물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느껴지는 가슴과 배의 오르내림에 집중해봅니다.
이렇게 감각에 집중하는 명상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마음에 떠오릅니다. 그때부터 생각과 새롭게 관계 맺기가 시작됩니다.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떠올라도 괜찮습니다. 마음챙김 명상에서는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만이 목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떠오르는 것도 지금 여기에서 나타나는 것이므로, 기꺼이 바라봅니다. '아 내가 지금 내일 발표를 걱정하고 있구나, 직장 상사가 했던 폭언 때문에 화가 나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리면 됩니다. 알아차리고 거기에 머물기보다는 현재의 호흡으로 다시 돌아오는 연습입니다.
호흡의 좋은 점은 그저 내 신체 감각에 집중하기만 하면 된다는 점인데요. 연습을 하다 보면 생각이 마구 떠밀려오지만 사실 그것은 실재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은 내 마음속에 떠오르고 사라지는 무엇일 뿐이라는 점을 경험하게 해줍니다. 결국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명백한 호흡(혹은 특정 신체 감각)에 집중하는 연습을 통해 나를 괴롭히는 '생각'에서 잠시 멀어질 수 있습니다. 생각은 계속 떠오르기 때문에 지겹지만, 생각이 지겹도록 드는 것도 지금의 내 상태입니다. 그것 자체를 불쾌한 것으로 판단하지 않고, 쏟아지는 생각으로 고생하고 있는 나를 관대하게 바라보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호흡 명상 말고도 많은 명상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산 명상, 자애 명상, 걷기 명상, 바디 스캔까지, 여기에서 소개하는 것은 이 글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대신에 명상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몇 가지 비슷한 질문이 모이기 마련인데, 두 가지 질문을 다루면서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먼저 '대충 뭔지는 알겠는데 막상 명상을 하면 집중이 안된다, 잘 못하고 있다'며 어려워할 수 있습니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글을 쓰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듯이 마음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도 시간이 필요한데요. 더욱이 명상에는 잘하고 못하고는 없습니다. '잘하고 있는 건가?'하는 질문 자체도 판단, 즉 생각이라는 점을 알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내가 이걸 잘하고 싶구나' 알아차리는 것도 좋겠습니다. 마음챙김 명상은 현재의 감각을 느끼는 것이기도 하지만, 지금 떠오르는 생각을 무시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명상을 하다가 불쾌한 생각, 감정, 신체 감각이 느껴지면요? 굳이 그걸 느낄 필요가 있나요?' 입니다. 호흡 명상뿐만 아니라 바디 스캔이라는 전신의 신체 부위를 순차적으로 집중하며 감각을 느끼는 명상을 하게 되면 특히 같은 질문이 반복됩니다. 일단 문제가 커지기 전에 알아차리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누군가에게 느껴지는 서운함 혹은 오른쪽 무릎에 느껴지는 통증이 일상에서 크게 느껴지기 시작할 때는, 이미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쌓였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내 안에서 벌어지는 부정적인 일들을 그대로 알아차리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몸을 쉬어준다든가 친구에게 서운함을 분노가 아니라 서운함으로 표현하는 식으로 해소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과학적인 연구에서도 신체적 고통이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연습을 반복하면 우울과 불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다보면 마음챙김 명상이란 단순히 생각과의 새로운 관계 맺기가 아니라고 짐작할 수 있을지도요. 마음챙김 명상은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이면서도, 감정과 신체 감각과도 새로운 관계를 맺으려는 시도입니다.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과 감정, 그리고 신체 감각을 마치 흘러가는 구름처럼 여기고, 내 앞에 쏟아지는 폭포수처럼 여기며, 흘러가고 쏟아지는 것을 바라봅니다. 그것들은 분명히 느껴지지만 느껴지는 것들이 곧 나 자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느껴지는 것들은 나를 통과하고 있는 경험일 뿐입니다.
글은 글일 뿐이기 때문에 마음챙김 명상을 전부 소개했다고 할 수 없겠습니다. 우리가 실제로 경험해보는 것만이 진짜이기 때문입니다! 규칙적인 운동이 그러하듯이, 마음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시간을 내서 열심히 연습하고 습관이 될 때까지 일단 지속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가와 함께 집단의 형태로 진행하면서 시행착오와 어려움에 대해서 함께 공유하며 해소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당장 프로그램 참여가 어렵더라도 어플리케이션이나 콘텐츠로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혹시 부족함을 느낀다면 명상 프로그램이나 전문가가 이끄는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