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기분이 반복될 때 어떻게 할까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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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두 번째 질문이었던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할까? 생각은 과연 멈출 수 있을까?'에 대해서 같이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사막의 낙타를 떠올려봅시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막의 낙타를 마음속에서 지워야 합니다. 어떻게든 사막의 낙타에 대한 생각이나 영상은 어떤 것도 떠올리지 않도록 이 글의 마지막까지 열심히 노력해봅시다! 만약 글을 읽는 동안 그런 생각이나 영상이 떠오르면 손가락으로 세어볼까요?
과거에 대해 후회하고, 다가올 일에 대해서 미리 걱정하는 일들에는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모두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들이면서, 그 생각들에서 시작되는 감정들로 괴로워하곤 합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는 우울함으로 미래에 대한 걱정은 불안과 초조함으로 경험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종 우리는 그냥 괴로울 뿐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알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곰곰이 돌이켜보면 사실은 과거나 미래는 변하지 않을 바깥의 상황일 뿐인데 뭘 그렇게 전전긍긍했는지 바보같이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다. 그러니까, 우리는 흔히 '팩트'라고 말하는 변하지 않을 사실에 의해 고통받기보다는 그것들을 처리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미련을 갖기도 하며 지레 겁먹고 어찌해야 할지 곤혹스럽습니다.
여기서 주장하려는 건, 나를 어렵게 하는 상황이나 사건들이 대수롭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살면서 다양한 자극들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또 지나갑니다. 슬프고 화나는 일들은 자주 발생하고 기쁘고 반가운 일들은 비교적 적다고 느낍니다. 어떤 이들은 우울한 사람들이 너무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진단 내리기도 할 정도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생각의 프레임 안에서 우리들은 필요 이상으로 괴로워하는 건 아닐까요? 과거와 미래에 갇혀서 5만큼 느껴도 될 우울과 불안을 10만큼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요?
진화적으로 우리는 위험에 대비해서 flight or fight, 싸우거나 도피합니다. 위협이 되는 외부 자극을 다루기 위해서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몸의 혈류를 계속 공급해서 싸움/도주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게 되는데요. 이때 땀도 나고 근육이 긴장되면서 만반의 준비를 마치게 되는데, 그러면서 불안감과 초조감이 시작됩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싸움/도주의 대상이 동물과 자연재해에서 대인관계 문제, 직장 문제들로 옮겨졌습니다. 싸움/도주의 메커니즘은 생존에 빠르게 대비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필요하지만, 과도하면 오히려 불안감과 초조감에 압도돼서 경직 freeze 되게 하고 생존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자 그럼, 이제 질문으로 돌아가 볼까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할까요? 생각은 과연 멈출 수 있을까요? 심리학에서는 '사고 억제'라는 오래된 실험이 있습니다. 글을 시작하며 우리는 사고 억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과연 여기까지 글을 읽은 여러분은 사막의 낙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생각이나 영상이 떠올랐다면 몇 번이나 떠올랐을지. 이 실험은 마음속의 생각이나 영상을 지우려는 시도가 오히려 반대의 효과를 일으킨다는 점을 알려주는 귀여운 실험입니다. 생각을 멈추려는 것은 오히려 생각을 더욱 자주 일으키고, '그러면 안되는데'하는 좌절이나 불안만을 더 크게 만든다고 밝혀졌습니다.
생각은 계속됩니다. 흔히 우리는 어떤 생각을 계속 추진해야 하고, 바꿔야 하고 혹은 멈추고 싶어 합니다. 그런 적이 없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내가 힘들 때 마음속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떠올려봅시다. 혹시 좋았던 어느 한때와 현재를 비교하며 고통스러워하진 않았었나요? 짜인 계획과 어긋나고 있는 현재를 비교하진 않았었나요? 이런 고통들의 시작점도 어딘가에 몰두하며 비교하는 '생각'입니다.
생각을 멈추거나 바꾸려는 시도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우리는 도대체 뭘 할 수 있을까요? 바로 '생각과 새로운 관계를 맺기'입니다. 우리 삶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감당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사건에 몰두할 것인가 아니면 생각에 집착하고 있는 것인가? 그 '생각'을 사실=현실이라 여기고 압도될 것인가? 심리학자들과 마음챙김 명상의 수행자들은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나도 그 정돈 알고 있다구, 말이 쉽지, 대체 어떻게 집착하지 않을 수 있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열심히 운동하고 식단을 조절하며 몸을 건강히 다듬는 것처럼, 쉽지는 않지만 우리의 생각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과 정신의학의 체계적인 연구들이 그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으니 속는 셈치고 믿어보면 어떨까요. 이제 드디어 마지막 편에서는 생각과 어떤 관계를, 어떻게 맺을 수 있을지 알아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