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줄곧 기분을 다루는 방법들을 소개하면서 어쩐지 불편함도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기분을 다뤄보자, 하면 보통 우울과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주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심리학 전공을 시작했을 때에 어쩐지 힘든 감정들에만 몰두하며 갇힌 느낌이 자주 들었던 것처럼, 혹시 독자들이 심리학은 그저 문제에만 지나치게 매여있는 분야로 오해할까 아쉬운 마음이었습니다.
우리가 위험에 대비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부정적인 신호들에 예민한 게 사실이고, 심리학 연구의 초기에는 병리적인 어려움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뤘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1950년대부터 Carl Rogers를 시작으로 인본주의적 접근에 기반한 상담이 시작되면서 심리학의 시선이 넓어졌고, 1980년대에는 정서의 다차원적인 측면에 대한 연구를 통해 부정정서뿐만 아니라 긍정 정서에 대한 주목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00년대에 '긍정심리학'을 통해 병리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일상의 풍요로움에 초점을 맞추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됩니다. 단순한 낙관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방법을 통해 행복과 긍정 정서의 다양한 측면과 영향을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병리적인 관점 vs 긍정심리학적(인본주의적) 관점
목표: 증상의 감소 vs 일상생활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개인적인 행복을 이해하고 늘리기
원인: 개인 내적인 문제 혹은 생물학적 결함 vs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고려
개입: 진단 및 치료 vs 개인적인 성장, 강점을 활용하기
정서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우울과 불안과 같은 부정 정서를 줄이는 것이 기쁨과 즐거움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즉 우울하지 않지만 무료할 수 있고, 불안을 잘 관리했다고 해서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할 수 없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긍정 정서는 굉장히 미묘하고 사라지기 쉽기 때문에 놓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정서를 경험한다면,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하고 기꺼이 도전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도 밝혀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긍정적인 감정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알고, 그 감정들을 느낄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충분히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긍정의 발견>, <Love 2.0> 등을 펴낸 긍정심리학자 Barbara Fredrickson은 연구결과들을 종합해서 인간의 생각과 행동의 범위를 넓혀주는 10가지 긍정 정서를 제시했습니다.
Joy (즐거움): 안전하고 친숙한 상황에서 자유롭게 탐색하며 재미를 느끼게 되고 쉽게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게 됩니다.
Gratitude (감사): 내게 좋은 일이 생겼음을 혹은 호의를 받았음을 인식할 때, 우리들은 친절해지고 나만의 방식으로 돌려주려고 합니다.
Serenity (평온): 현재에 만족감을 느낄 때 그저 그 상태 자체에 머물러 향유하는 상태가 됩니다. 차분하게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선택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Interest (호기심): 일부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움이 있는 경우에 탐색하고 싶어하며 새롭게 배우게 됩니다.
Hope (희망): 낙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긍정 정서로, 최악을 걱정하면서도 더 나아지기를 추구하는 정서입니다.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는 심리적인 탄력성을 줍니다.
Pride (자부심): 나 혹은 가까운 지인이 가치 있는 성취를 일구어냈을 때 느껴지고, 새로운 성취를 추구하는 힘이 됩니다. 단지 자신감에 넘치는 것이 아니라 뭔가 큰 목표를 꿈꾸거나 이루기 위한 시작단계에서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Amusement (위안): 스트레스가 되지만 심각하지는 않은 일에 대해 함께 웃고 소통하며 발생하는 감정으로, 우정을 깊게 만듭니다.
Inspiration (영감): 누군가 해낸 일, 재능, 통찰을 목격했을 때 느껴지는 정서로, 스스로도 그런 영감을 추구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Awe (경외): 웅장함 속에 작은 일부로 있다는 생각과 함께 느껴지는 고요한 정서로, 새로움을 받아들이게 합니다.
Love (사랑): 연결감을 느끼는 감정으로 타인과의 기쁨, 평온함이기도 하며 그 관계 속에서 함께 공유하는 감정입니다.
10가지 긍정적인 감정들이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빈번히 일어나지만, 우리는 위험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사건과 감정을 더 자주 인식하게 됩니다. 지난 1주일간 여러분들은 10가지 감정 중에 몇 가지를, 어느 정도로 경험했을까요. 혹시 천천히 읽으면서 좋았던 순간들이 떠오른다면 그 속에서 어떤 긍정 정서가 느껴지나요? 새로운 감정들이 발견되었을지 궁금합니다.
순간의 기쁨, 사랑, 영감을 흠뻑 느끼는 일은 풍요로움을 선사합니다. 이제 자기 전에 하루를 보내며 흘려보냈던 긍정적인 감정들을 발견하는 작업을 해볼 수 있습니다. 혹은 10가지의 다양한 감정을 경험할 만한 사소하고 특별한 일정들을 의도적으로 계획해두어도 좋습니다. 자신만의 긍정 정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지속해 나가다 보면, 긍정 정서를 경험할 수 있는 바로 그 순간에 긍정 정서를 느끼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포트폴리오는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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