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일들로 조금 늦어졌지만, 인간중심 상담에서 제시한 '건강한' 치료적 관계의 조건들을 마저 읽어보려고 한다*.
4. 상담자는 무엇이 내담자에게 '좋은' 것인지 주장하지 않는다
- 인간중심 접근에서는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후에야 스스로에 대한 진실한 수용이 가능하다고 본다. 본질적으로 내담자는 상담자와의 관계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받는 경험을 토대로, 스스로 예쁜 모습과 미운 모습 모두 '나'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이전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삶의 도전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을 따지려 하지 않는다.
5. 상담자는 '성공'을 지향하지 않는다
- 최근 근거기반 치료로 입증된 치료들의 경우에는 정량적인 지표를 통해 치료 효과성을 검증한 결과이다. 특정 증상에 대해 단기적인 치료가 요구되는 경우에는 이러한 근거기반 치료를 우선 순위에 두어야하지만, 성격 차원의 어려움이나 자율성이나 통제감과 같은 발달과업과 관련된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서는 '증상'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런 문제들은 '성공'의 지표가 없을 뿐만 아니라, 내담자가 경험하는 상담의 성공은 상담자가 세우는 성공과는 다르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자는 내담자가 자신에게 귀 기울이고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주목하며 회기를 꾸려나가게 된다. 상담자는 오직 제공할 뿐이고 내담자는 반응할지 말지를 선택한다.
6. 상담자는 각 단계마다 내담자에게 기꺼이 제공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한다
- 치료적 관계로 들어가는 초기, 본격적으로 문제를 탐색하고 다루는 중기, 치료를 점검하고 마무리하는 종결까지, 단계마다 떠오르는 어려움은 다르다. 그럴 뿐만 아니라 그 단계에서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도 분명하다. 상담자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는 존재이므로 본인의 한계를 명확히 전달하여야 내담자가 불필요한 환상을 가지지 않게 된다.
7.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헌신하고 관계를 위해 '싸울' 것이다, 8. 상담자는 어떠한 경우라도 조건없이 관계 안에 자신을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다.
- 앞서 언급했듯이, 이전에는 유용했지만 지금은 더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대처방식이 치료적 관계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상담자는 그러한 대처방식에도 물러서지 않으며 필요하다면 기꺼이 휘말릴 준비가 되어야 한다. 내담자의 표현을 방어나 공격적인 응답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치료 바깥에서 거부당했던 경험들과 일치한다. 치료적인 관계에서는 그러한 표현을 관계에 대한 관여의 시작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9. 상담자는 내담자가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도록 내담자의 자유를 열망한다.
- 인간중심 접근에서 끊임없이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사회적 압력과 환경 속에서 스스로의 욕구와 실현 가능성을 억압해왔다는 점이다. 그러한 억압은 우리를 불행하게도 때로 공격적으로 만든다. 때로 나의 예쁜 점을 몰라주기도, 때로 미운 점은 없애야하고 숨겨야 하는 것으로 배웠다. 분석심리학을 창시한 '융'도 일찍이 그림자shadow, 아니마anima와 아니무스animus로 명명하며 대립적인 요소들의 조화와 균형을 강조했다. 자신의 예쁘고 미운 모습들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그런 '나'를 받아들일 때,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참고문헌: Brian Thorne, Dave Mearns <Person-Centred Counselling In Action (인간중심 상담의 임상적 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