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형태, 같은 민주주의 위기
29화. 정치 양극화와 무관심, 어느 쪽이 더 위험한가
― 다른 형태, 같은 민주주의 위기
싸우는 민주주의.
포기하는 민주주의.
2025년 어느 토요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는 정치 집회가 열리고
도쿄 신주쿠에서는 사람들이 쇼핑을 즐긴다.
한국에서는 "정치가 미쳤다"고 말하고
일본에서는 "정치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정반대의 모습이지만
결과는 비슷하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한국의 극한 대립과
일본의 조용한 무관심.
어느 쪽이 더 위험할까?
숫자로 보는 정치 참여의 차이 - 선거 투표율, 정치 신뢰도
2024년 총선 투표율:
한국 67.0%, 일본 55.9%
하지만 젊은 층 투표율은 정반대다:
20대 투표율 - 한국 77.2%, 일본 35.4%
30대 투표율 - 한국 72.8%, 일본 44.7%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응답률은,
한국이 68.4%,
일본이 32.1%.
정부 신뢰도(2024년 기준):
한국 38.9%, 일본 41.2%
한국은 관심은 높지만 신뢰는 낮고
일본은 관심도 낮지만 신뢰는 상대적으로 높다.
한국: 극한 대립의 정치, 진영 논리의 고착화
2025년 현재 한국 정치는
완전히 갈라져 있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정치적 성향에 따라 평가가 180도 다르다.
코로나 방역, 경제 정책, 외교 정책 등
모든 것이 진영 논리로 해석된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기 어렵다는 응답:
한국: 42.3%
일본: 18.7%
정치가 개인적 관계까지 파괴하고 있다.
또한 지역갈등은 여전히 정치를 지배한다.
2024년 총선에서도 지역별 편차가 극심했다:
경상권 보수 정당 득표율: 73.2%
전라권 진보 정당 득표율: 79.8%
일본: 조용한 무관심의 정치, 정치적 체념의 확산
일본 젊은 세대는 정치에 체념했다.
"어차피 바뀌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2024년 20대 정치 관심도: 23.4%
1990년대 47.3%에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민당이 대부분의 기간을 집권하며
정치적 안정성은 높지만
변화와 혁신은 부족하다.
일본은 '화(和)' 문화로
갈등을 표면화하지 않는다.
하지만 근본적 해결도 없다.
정책 토론의 수준과 언론의 역할
한국: 감정적 대립으로 인해 정책 토론 부족, 진영별로 나뉜 언론, 확증 편향 심화
일본: 무관심으로 인해 정책 토론 자체가 미미, 순응적 언론, 비판 기능 약화
시민 참여의 양상
한국: 높은 참여도, 낮은 질적 수준
일본: 낮은 참여도, 형식적 민주주의
한국 정치 양극화의 원인들
1. 역사적 트라우마
분단, 전쟁, 독재의 경험이
적대적 정치 문화를 만들었다.
'적폐 청산' vs '보수 수호'의 구도가 지속된다.
2. 압축 민주화의 후유증
30년 만에 이룬 급속한 민주화로
정치 문화가 성숙할 시간이 부족했다.
3. 미디어와 SNS의 영향
확증 편향을 증폭시키는 알고리즘.
가짜뉴스와 선동의 확산.
극단적 목소리만 주목받는 구조.
4. 제도적 요인
승자독식의 선거 제도.
대통령제의 권력 집중.
5년 단임제의 단기 성과주의.
일본 정치 무관심의 원인들
1. 경제적 안정의 역설
1990년대까지의 경제적 성공이
정치적 무관심을 낳았다.
"정치가 없어도 사회는 돌아간다"는 인식.
2. 관료제의 강력함
실질적 권력이 정치인보다 관료에게 있어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낮다.
3. 집단주의 문화
개인의 정치적 의견 표출보다
집단 조화를 중시하는 문화.
4. 사회적 안전망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사회 시스템이
정치적 변화에 대한 욕구를 줄였다.
세대별 정치 참여 양상 - 한국의 세대 갈등
586 세대: 치열한 정치 참여, 이념적 색채 강함
MZ 세대: 실용적 정치 관심, 젠더·공정성 이슈 중시
세대 간 정치적 가치관 차이가 크다.
세대별 정치 참여 양상 - 일본의 세대별 무기력
베이비부머: 학생운동 경험했지만 현재는 체념
사토리 세대: 처음부터 정치에 무관심
젊은 세대: 정치보다 개인 행복 추구
모든 세대가 정치적 무기력에 빠졌다.
정당 시스템의 차이
한국: 양당제 고착화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이 90% 이상 득표.
제3당의 성장이 구조적으로 어렵다.
정치적 선택권이 제한되어
극단적 양극화가 심화된다.
일본: 일당 우위제
자민당의 장기 집권 하에
야당의 존재감이 미미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 정치적 무관심이 심화된다.
사회 갈등 처리 방식
한국: 광장 정치의 전통
촛불집회, 태극기 집회 등
시민들이 직접 거리로 나선다.
갈등이 표면화되지만 해결은 어렵다.
일본: 조용한 봉합
사회적 갈등을 표면화하지 않고
조용히 관리한다.
갈등은 없어 보이지만 근본적 해결도 없다.
코로나19가 드러낸 차이점들
한국: 정치적 도구화
방역 정책마저 정치적 대립의 도구가 되었다.
과학적 판단보다 정치적 계산이 우선되었다.
일본: 조용한 수용
정부 정책에 대한 큰 저항 없이 순응했다.
하지만 정책의 효과성에 대한 검증도 부족했다.
외교 정책에 미치는 영향
한국: 정권별 외교 정책 급변
보수-진보 정권 교체 때마다
대북 정책, 대일 정책이 180도 바뀐다.
정책 일관성 부족으로 외교적 신뢰도가 떨어진다.
일본: 안정적이지만 경직된 외교
장기 집권으로 외교 정책이 안정적이지만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다.
경제 정책의 차이
한국: 포퓰리즘적 공약 남발
선거 때마다 경쟁적으로 복지 공약을 제시.
재정 건전성보다 정치적 효과를 우선시.
일본: 보수적 재정 정책
정치적 갈등이 적어 안정적 재정 운용.
하지만 혁신적 정책 도입은 어려움.
언론과 정치의 관계
한국: 진영별 언론
조선일보 vs 한겨레신문처럼
언론이 정치적 진영으로 나뉘어 있다.
객관적 보도보다 정치적 편향이 우선된다.
일본: 순응적 언론
기자클럽 제도로 언론이 권력에 순응적이다.
비판 기능이 약해져 견제와 균형이 부족하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과제들
한국이 해결해야 할 것들
- 정치적 관용과 타협 문화 조성
- 진영 논리를 넘어선 정책 중심 정치
-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
- 선거 제도 개혁으로 다당제 활성화
일본이 해결해야 할 것들
-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 유도
- 정당 간 경쟁 활성화
- 시민 사회의 정치적 역할 강화
- 관료제 개혁으로 정치의 역할 확대
두 모델의 교훈들
한국형 민주주의의 장단점
장점: 높은 시민 참여, 정치적 역동성
단점: 사회 통합 저해, 정책 일관성 부족
일본형 민주주의의 장단점
장점: 사회 안정, 정책 지속성
단점: 변화 적응력 부족, 시민 참여 저조
한국과 일본의 경험이 보여주는 것은,
- 민주주의의 형태는 다양할 수 있더라도,
- 건전한 민주주의를 위해
정치적 참여와 관용의 균형,
안정성과 역동성의 조화,
갈등의 건설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일본의 무관심을 피하되
과도한 양극화는 완화해야 하고,
일본은 한국의 역동성을 배우되
사회 분열은 경계해야 한다.
두 나라 모두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는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오늘의 교훈
극한 대립과 조용한 무관심,
둘 다 민주주의를 망가뜨린다.
한국의 정치적 양극화와
일본의 정치적 무관심은
정반대의 모습이지만 결과는 같다.
건전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감정적 대립이 아닌 합리적 토론이,
무관심이 아닌 건설적 참여가 필요하다.
시민들이 정치에 지나치게 몰입할 필요도,
완전히 외면할 필요도 없지만.
적정한 거리에서는
냉정하게 판단하고 참여해야 한다.
성숙한 시민 의식,
그것이 민주주의를 살리는 길이다.
다음 화 예고
30화에서는 일본의 실패에서 한국이 배워야 할 것을 다룹니다.
미래를 위한 선택, 일본의 실패에서 찾는 한국의 길을 제시하며
30편에 걸친 분석의 결론을 도출합니다.
[일본 : 잃어버린 미래가 남긴 구조적 경고]
4부 29화. 정치 양극화와 무관심, 어느 쪽이 더 위험한가 – 다른 형태, 같은 민주주의 위기
(이 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24년 선거참여 조사, 일본 총무성 2024년 선거참여율 조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5년 정치분석, OECD 2024년 민주주의 보고서 등을 종합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