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병렬로 위기에 진입하고 있다
위기는 이제 한 곳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위기는 병렬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경제 위기, 지정학적 충돌, 기후 재난, 기술 패권, 인구 역전.
어느 한 지점에서 폭발하지 않고,
여러 갈래에서 동시에 압력과 균열이 쌓이고 있다.
각국 정부는 국가 전략을 말하고,
각계 기업은 위기 대응 매뉴얼을 발표한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시스템이 기대고 있는 ‘공통 구조’는 이미 압착 상태다.
2025년 5월 기준,
세계 주요 국가들은 다음과 같은 위기와 동시에 싸우고 있다.
독일: 산업 수요 감소와 에너지 공급 불안
프랑스: 연금 개편 반대 시위와 정치 신뢰 하락
미국: 부채한도 우려와 지역은행 파산 도미노
중국: 청년 실업률 20% 돌파와 부동산 프로젝트 유동성 위기
대한민국: 총선 이후 경제 정책 공백과 대외 무역 불균형 확대
서로 다른 이유지만,
모두가 “하강 압력”을 받고 있다.
이건 연결이 아니라,
병렬 압착이다.
경제는 복잡계다.
한 지점의 위기를 다른 지점이 흡수하면서
전체 시스템이 균형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그건
균형이 아니라 지연된 충격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신흥국 통화 붕괴로 전이되고,
유럽의 에너지 수급 위기는 아프리카 식량 위기로 연결되며,
중국의 수출 둔화는 동남아 공급망을 밀어내고,
한국의 반도체 경기 침체는 지방 고용시장에 직격탄이 된다.
모두가 서로를 완충재처럼 사용하면서,
사실상 모두가 함께 지쳐간다.
지금 세계는
숨 쉴 공간이 없는 구조 속에 있다.
정책은 빠르게 움직여야 하고,
자본은 안정보다 속도를 원하며,
국가는 대응보다 선수를 요구받는다.
그러나 그 모든 움직임을
받아낼 시스템은
더 이상 남지 않았다.
복지제도, 금융완충장치, 국제기구,
그 어떤 것도
이 속도를 버틸 만큼 설계되지 않았다.
구조는
빠른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
병렬로 작동하는 위기 앞에서
이제 필요한 건
더 많은 전략이 아니라
덜 흔들리는 기반이다.
재정정책의 연속성
산업생태계의 복원력
국제협력의 실질성
사회적 신뢰 자본
이 네 가지가
지금의 구조에서
유일한 완충 영역이다.
시스템은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숨 쉴 여유는 줄어들고 있다.
이 세계는 지금
어디에 피로를 축적하고 있는가.
그 피로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 것인가.
7화. 구조를 빌려 쓰는 나라 — 한국의 공급망, 통화, 전략적 자율성의 딜레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