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통화국의 불안정한 권력
미국은 달러를 포기할 수 없다.
단순히 자국 통화라는 이유가 아니다.
세계는 달러로 가격을 매기고,
달러로 저장하며,
달러로 거래된다.
그런데 그 중심에 있는 미국이
점점 자기 구조를 설명하지 못하는 나라가 되고 있다.
달러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돈이다.
하지만 그 배후 구조—부채, 신뢰, 생산력—는
더 이상 그 화폐를 뒷받침하지 않는다.
지구는 달러에 의존하고 있고,
달러는 허공에 기대고 있다.
기축통화는 특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영구적인 적자를 강요받는 구조다.
왜냐하면
세계가 달러를 원하면
미국은 달러를 공급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수입을 늘리고,
무역수지는 적자가 되는 구조를 갖게 된다.
1980년대에는
그 적자를 제조업과 군사력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5년,
미국은 더 이상
그 두 축 중 어느 하나도
절대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중국은 위안화를 디지털 기축통화로 만들고 있고,
러시아는 금과 연동된 무역 결제를 추진하며,
브라질, 인도, 남아공은 공동결제 플랫폼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이 모든 시도는
아직도 달러를 넘어설 만큼 완성도나 안정성, 확장성을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세계는
달러를 원망하며,
달러에 저장하며,
달러를 회피하는 모순된 구조 안에 갇혀 있다.
미국 정부 부채는 2025년 5월 기준
약 35조 달러에 도달했다.
GDP 대비 130%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는 무너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무너질 때 대체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건 신뢰가 아니라
불신 중의 덜 불안정한 선택이다.
달러는 여전히 '선택'이지만,
더 이상 '기반 있는 선택'은 아니다.
만약 어느 순간
글로벌 자본이
미국 국채를 매수하지 않기로 선택한다면,
달러는 급속도로 약화된다.
미국의 금리는 폭등하고,
연준은 통화정책의 주도권을 상실하며,
달러의 위상은 정치적 사기와 시장의 패닉 사이에 끼게 된다.
그건 천천히 오는 변화가 아니라,
하루 아침에 발생하는 구조적 붕괴다.
달러는 기축이지만, 기초는 아니다.
만약
그 구조가 실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기축이라 불러야 할 것인가.
6화. 시스템이 숨을 쉴 공간은 줄어들고 있다 — 세계는 병렬로 위기에 진입하고 있다